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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으로 배운다] 3.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지진현장을 가다

“그 날의 악몽 잊고 싶다” 하루아침에 무너진 가장 아름다운 마을

배준수 기자   |   등록일 2018.06.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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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 24일 규모 6.2의 강진으로 무너진 이탈리아 중부 산악도시 아마트리체 구시가지 내 성 아고스티노 성당과 성 프란체스코 성당의 현재 모습이 위태롭기만 하다.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글 싣는 순서

1. 9·12 경주지진 그 후
2. 11·15 포항지진 그 후
3.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지진현장을 가다
4. 로마에 산재한 문화재, 그리고 지진피해 복구·예방대책
5. 이탈리아 문화재 담당자 인터뷰
6.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문화재 지진피해 복구·예

2016년 8월 24일 규모 6.2의 강진으로 무너진 이탈리아 중부 산악도시 아마트리체 구시가지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 건물 잔해 더미에 덮여 있다.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 지진 상처 그대로 품은 슬픈 아마트리체

5월 17일. 로마에서 승용차로 2시간을 내달렸다. 채 녹지 않은 눈으로 덮인 아펜니노 산맥의 해발 2400m짜리 봉우리는 깊은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온도계는 겨우 2.9℃를 가리켰다. 로마에서 130㎞ 정도 떨어진 이탈리아 중부 산악도시 아마트리체(Amatrice )로 향하는 길이다. 라치오주 리에티현 내 산골 마을 코무네(Comune)인 아마트리체는 2016년 8월 24일 새벽 3시 36분 규모 6.2의 강진을 만나기 전에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혔다.

가설 건물로 만든 시청 건물에서 취재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아마트리체의 속살을 보지 못했다. 안전모를 착용하고 리에티현 소속 소방관들과 마을 입구에 들어서서야 처참한 그 날의 참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인구 2700명 정도의 마을 자체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그 모습으로서다. 2009년에 지진을 맞았던 아마트리체는 2016년 8월에 이어 10월 규모 4.6에 이어 4.3 지진이 발생하는 등 규모 3.0 이상의 여진이 50차례 이상 이어졌다. 시청 건물 시장실 입구에 붙은 도화지에는 한국의 어린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힘내요.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라는 문구가 짠하게 다가왔다.

구시가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가지 입구에 자리해 수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았던 15세기 건립 성 아고스티노 성당은 벽체 일부만 남아 있었다. 철제 기둥에 겨우 의지한 벽체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했다. 성당의 얼굴인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의 창’ 역시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갖가지 프레스코화 역시 사라져버리고 없었다. 현장에 동행한 소방관은 “그나마 벽체가 더는 파괴가 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일 뿐”이라면서 “안전진단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회생이 불가능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규모 6.2의 지진으로 이탈리아 중부 산악도시 아마트리체 마을 자체가 폐허가 되자 주민들은 정부가 마련한 가설주택에서 마을이 복구될 날만 기다리고 있다.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성 아고스티노 성당을 뒤로하고 시가지로 더 들어가자 처참한 풍경이 펼쳐졌다. 중세 시대에 지어졌다는 종탑만이 우뚝 솟아 마지막 희망을 전하고 있었다. 빨간 지붕만 남기고 벽체가 할퀴어진 망루 또한 애처로운 듯 취재진을 맞았다. 수백 마리의 양 떼가 종탑 주변에서 관광객과 어우러져 축제의 밤을 즐기던 모습은 이제 파스타를 파는 레스토랑에서만 접할 수 있었다.

아마트리치아나 축제를 맞아 이곳을 찾은 관광객이 머물던 로마호텔과 중세 수녀원은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 박물관과 시청, 슈퍼마켓이 있던 자리도 온갖 돌멩이와 가재도구로 뒤섞인 돌무덤의 형태로 남아있었다.

길 하나 건너 마을로 넘어가니 더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광경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멈춰버린 벽걸이 시계부터 변기, 운동화, 에어컨 등 생필품 잔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잔해 제거는 전체의 10% 정도만 이뤄졌을 정도였다.

소방관은 “무거운 지붕을 이고 진 벽돌로 된 벽체가 강진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면서 “돌무덤 사이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것들을 골라내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지진 이후 2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그나마 형체를 유지하며 철제 지지대에 의존한 성 프란체스코 성당이 취재진을 반겼지만, 위태롭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듯하게 잘 꾸민 가설주택 570여 채만이 그나마의 희망을 전할 뿐이었고, 지진 발생 당시 무너져내린 가옥의 기와와 바위 등으로 둘러싼 희생자 추모공원에서는 생전의 화목했던 가족사진만이 그날의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 차려진 가설주택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더디기만 한 복구작업 때문에 고향을 잃었다. 그날의 악몽을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016년 8월 24일 규모 6.2의 강진으로 도시 전체가 폐허가 된 이탈리아 중부 산악도시 아마트리체에 조성된 추모공원의 전경.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 정확한 진단 후 복구가 목표

아마트리체를 덮친 강진은 23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진 발생 후 2년이 다 돼 가지만, 여전히 그날의 참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정도로 복구가 더디다. 1200년대에 형성돼 중세 귀족들이 살았던 이 마을이 옛 모습을 다시 찾을 가능성도 매우 줄었다. 구시가지 중심으로 3㎞ 거리에 흩어져 만들어진 가설주택에서 복구를 기다리는 주민들 또한 희망을 이야기하지 못했다.

필립보 팔롬비니 아마트리체 시장은 “성 아구스티노 성당과 성 프란체스코 성당 등 중요한 문화재 두 곳을 잃었고, 구시가지에 있던 3개 귀족 가문의 저택도 파괴됐다”며 “그나마 남은 이 문화재들에 대한 안전진단은 겨우 시작했지만, 잔해라도 보존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200년 전에도 1700년 대도 강진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 시골 마을이라는 특수성과 기술적 한계 때문에 이번 지진에 대비하지 못했다”며 “허술한 건축재료로 대충 지은 주택구조 자체가 지진에 매우 취약했다”는 설명도 보탰다.
▲ 필립보 팔롬비니 아마트리체 시장이 경북일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면서 강진 피해 복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필립보 시장은 “복구작업을 급하게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10년 정도 지나야 도시재건이 가능하기에 정확하게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진단해서 마을에 남아있는 문화재나 유물, 보존가치가 있는 것들을 최대한 지켜내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배준수 기자

    • 배준수 기자
  • 법조, 경찰, 대학,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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