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반부패부가 17일 국민 하나 우리 부산 대구 광주은행 등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에 대한 8개월간의 수사 끝에 12명을 구속하고 3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은행 채용비리 사례들을 보면 권력층의 현대판 음서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1년 넘게 취업을 못한 청년실업자가 14만6000명이나 된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권의 채용비리는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다. 기회의 평등권을 잃은 청년들의 박탈감과 사회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다. 금융권 부정 채용 행위자들을 엄벌해야 한다.

드러난 사례들을 보면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광주은행에서는 아버지가 딸을 면접했고, 하나은행에서는 인사담당자가 청탁명부를 작성 관리하며 명부에 있는 자들을 부정 채용했다. 수사 대상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필기나 면접에서 탈락대상인 자의 점수를 수정하고, 하나은행은 또 특정 대상자의 합격을 위해 ‘해외 대학 출신 전형’이란 전형기준을 별도로 신설해 불합격 대상을 합격시키기도 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민은행 채용팀장의 경우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평소 알고 있던 부행장 자녀와 생년월일이 같은 동명이인의 여성지원자 논술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가 뒤늦게 부행장 자녀가 남성으로 군 복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지원자를 다시 탈락시키기도 하는 등 채용비리가 천태만상이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 대상 은행 대부분이 필기나 면접에서 탈락 대상인 지원자의 점수를 수정해 합격시키는 부정행위를 일삼았다. 청탁이나 추천은 은행장이나 임직원을 통한 정관계 인사가 대다수였고, 거래처 자녀에 대한 청탁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부정을 저지른 은행 뿐 아니라 청탁과 추천을 한 정관계 인사들의 면면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인사 청탁은 우리 사회 권력층 부조리의 전형이다. 신용이 생명인 은행이 이 같은 부정행위를 버젓이 했다면 권력의 입김에 더욱 민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의 채용은 보지 않아도 알만한 일이다. 이참에 정부와 지방공기업 채용에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지역의 대구은행도 채용비리와 관련 김경룡 은행장 내정자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은행장 내정자는 부정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경산시청 공무원 아들이 채용될 당시 대구은행 경산지역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지역 금융권에서도 채용 청탁을 한 사람 가운데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유력인사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가 수사에 대해 “가장 공정해야 할 금융산업에서 가장 불공정하게 자행된 차별에 대해 검찰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서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분명하게 최고경영자들이 연루된 범죄”라며 ‘꼬리 자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물론 부정청탁자들도 가려내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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