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섭.jpg
▲ 윤용섭 전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세월은 무정하고 유수(流水) 같아서 2018년 새해가 시작된 게 어저께 같은데, 벌써 반년이 지나간다. 6·13 지방선거도 지나갔고 곧 지방정부의 새로운 집행부와 의회가 꾸려질 것이다. 이에 즈음하여 앞으로 4년간 지역주민을 위해 일할 경상북도지사와 대구광역시장을 비롯한 각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께 옛 성현의 말씀을 선물로 드리고자 한다. 물론 정치에 나서는 분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겠지만, 좋은 말은 듣고 또 듣고 새기고 또 새김에 그 맛이 더욱 우러나고 가슴 깊이 내면화되므로, 지방자치의 새로운 전기를 맞아 감히 고언(苦言)을 드리는 바이다.

먼저 백성, 즉시·도민의 존재를 진심으로 무겁게 여기고 존숭하여야 한다. 촌철살인의 명언으로 민본정치의 핵심을 설파한 맹자는 일찍이 “백성이 가장 귀중하고 사직이 그다음이며, 군주는 가장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라 하면서 “그러므로 백성들에게 신임을 얻으면, 천자가 되고 천자에게 신임을 얻으면 제후가 되며 제후에게 신임을 얻으면 대부(大夫)가 된다” 하였다. 일개 군주가 영구집권하며 생살여탈권을 가지던 시대에 이 같은 이야기를 하였으니, 그 지혜는 고사하고 그 용기가 또한 어떠했는가!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선거에 임하면 이 같은 자세로 뛰어다니지만, 일단 자리를 얻으면 자신도 모르게 권위를 세우려 하기 쉽다. 모두 초지(初志)를 잃지 않을 줄 믿어 마지 않는다.

다음 천하의 인재를 널리 구하고 어질고 재능있는 사람을 활용하여야 한다. 현자를 예우하고 전문가를 존중하여야 한다. 삼략(三略)에서도 “주장(主將)의 법은 영웅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는 데 있다. 공로가 있으면 상과 녹을 주어야 하고 항상 대중과 소통하여야 한다(夫主將之法 務攬英雄之心 賞祿有功 通志於衆)” 하였다.

그리고 당연히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는데, 정성을 다하고 항상 어렵게 생각하여야 한다. 조금 이루어놓고 공로를 자랑해서는 큰 발전을 하지 못한다. 지금 대구시는 20여 년간 1인당 지역 총생산이 전국 꼴찌다.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동구나 달성지역 등을 중심으로 다소 발전한 흔적이 있지만, 다른 도시는 훨씬 앞서간다. 부산, 인천, 대전, 광주, 전주를 보라. 도시가 반짝반짝 빛나고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이 점에서 공무원들의 타시도 견학이 필요하다. 경북도 방심할 수 없다. 새로운 도백은 전임자가 이룬 성과를 계승하면서 한 단계 올리는 벅찬 일을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대구·경북의 명사들은 정치적 입장을 초월하여 다 함께 힘을 모아 어려운 환경을 돌파해나가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경북과 대구의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협력이다. 잘 되는 분야도 많지만, 몇 년 전 중앙정부에서 국립국악원 분원을 설치하려는 시도가 있었는데, 대구광역시와 경주시를 내세운 경상북도가 모두 유치 경쟁을 하여 결국 어느 곳에도 오지 않은 일이 있었다. 대구와 경북은 그 뿌리가 같다. 경상북도의 대구시가 성장하여 대구광역시가 된 것이지, 하늘에서 내려온 게 아니다. 두 광역자치단체는 경제, 산업, 문화, 인적교류에서 교류협력을 확대하여야 한다.

다음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은 새롭게 등장하는 지역대표자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믿음을 보내야 한다. 사소한 실수를 용납하고 잘한 일에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 좋겠다. 사랑과 화합 속에 지역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 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