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텔레비전엔 죽은 코뿔소 옆을 지키는 또 한 마리의 코뿔소가 클로즈업 되어 있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그가 다시 물었다. 죽은 코뿔소의 뻥 뚫린 자리, 둥근 뿔이 있던 자리,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그 자리에 파리 떼가 새까맣게 붙어있었다. 왜 대답을 못하느냐고 그가 다그쳤다. 남은 코뿔소가 울고 있었다. 그가 다시 나를 향해 소리치려는 순간, 남아프리카의 평원으로부터 목이 터져라 울고 있는 그 코뿔소의 울음소리가 아득히 퍼져왔다.





(감상) 어려운 시도 계속 곱씹어 보면 전혀 다른 사물인데도 연결이 됩니다. 양파처럼 껍질을 벗기다 보면 속내를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느냐고 4번씩이나 물어보는 그는, 죽은 짝을 향해 남은 코뿔소가 우는 울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사랑은 죽음과도 같이 처절한 절규를 동반하는 것이 아닐까요. 와인 잔은 같은 날에 함께 기울일 수 있지만 죽음은 같은 날이 아니니 아득하기만 합니다. 제목의 ‘와인’이라는 짙은 보랏빛이 참으로 슬프게 보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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