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항소심 재판부가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20대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가 6월 28일 대체복무가 없는 현행 병역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대구지법의 첫 판결 사례다.

대구지법 제2형사항소부(허용구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3)에 대한 항소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대구지법 서부지원은 지난 1월 11일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피고인에게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현역 입영대상자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지난해 5월 10월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로 6월 5일 현역병 입영하라는 통지서를 받은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병역의무 자체를 기피한 것이 아니라 양심에 따라 집총 형식의 병역의무를 거부한 것이고, 병역법 제88조에 규정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대체복무 의사가 있어서 병역을 기피하려는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고,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면서 “헌법적 법익을 위해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여부 등에 관해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가입국의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재량이 부여돼야 하는 바, 현재로는 대체복무제대로 도입하기 어렵다고 본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수 없어서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일로부터 3일이 지나도 입영하지 않은 이상 병역법 위반의 고의가 인정된다”며 “대체복무제도 마련을 조건으로 하는 복무 의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와 달리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다만, 사건의 특성과 피고인의 태도 등에 비춰 도망할 염려가 없는 점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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