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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성일 편집부국장
여름 햇살이 맹렬하다. 대지를 적시던 물 폭탄이 지나간 자리에 마치 빼앗긴 집을 차지하듯 하다.

여름은 위대하다. 절정으로 치닫게 하기 때문이다. 곡식과 과일은 강렬한 햇살을 받으며 영글어간다. 녹음은 하루가 다르게 짙어간다.

여름이 없다면 결실의 가을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굶주리고 삶과 영혼이 황폐해질 것이다. 그래서 여름은 결실을 약속해 주는 보증수표이다.

순간의 불편을 이야기하기보다 자연의 흐름을 읽는 혜안이 필요하다. 자연의 리듬에 호흡을 맞춰야 한다. 인간도 자연 일부 이기에….

올해 들어 남과 북, 그리고 북한과 미국이 대화의 시간을 가지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강렬하다. 그 기운이 남과 북,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를 지나 유럽까지 연결되는 북방진출에 대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다. 마치 봇물 터지듯 하다. 막혔던 봇물은 넓은 들판을 지나면서 골고루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다.

북방 경협에 대한 기대는 분단으로 막혀있던 한반도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봇물이다.

그렇다고 남북 경협이 장밋빛 미래라고 들떠서는 안 된다. 그 길은 우리가 예전에 걸어가 보지 못했던 길이기 때문이다. 그 길에는 평탄한 길과 높은 산이 있을 터이고 때론 절벽이 우리를 가로막을 수도 있다. 그 길을 걷는 데에는 우리의 비용으로 걸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은 역사가 되고 또 우리의 길이 되기 때문이다. 북방 경협은 우리에게 상상하지 못할 신세계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

경북 포항이 북방 경협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한반도 척추인 태백산맥의 등을 타고 대륙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곳이 포항이다. 호랑이 꼬리인 호미곶이 포항에 있다.

꼬리는 균형을 유지하고 방향을 좌우하는 척추에 무한동력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구실을 한다.

해마다 새해 첫날 동해 일출을 맞이하는 호미곶은 한반도의 새벽을 깨운다. 그 기상으로 대륙까지 단숨에 달려갈 수 있는 웅혼의 에너지가 서려 있다.

포항은 산업근대화를 이끌어왔던 철강 생산의 도시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한국 경제부흥의 근·현대사가 증명해준다.

지금 포항에는 대륙으로 힘차게 뻗어 나갈 동해선 철도건설이 한창이고 해양진출의 꿈을 이룰 영일만항이 용틀임을 하고 있다.

동해에서 대륙으로 향하는 출발점인 드넓은 호미곶 구만리 들판에 대규모 신공항이 건설됐으면 한다. 그래야 포항에서 ‘철도로, 바다로, 하늘로’ 향하는 북방진출의 꿈이 이뤄진다. 이것이 대한민국과 경북의 북방 경협 미래 청사진이 돼야 한다. 따라서 지지부진한 영일만 횡단 대교도 북방 경협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건설돼야 한다. 정부의 북방 경협을 주도하고 있는 송영길 북방경협위원장도 ‘문재인 정부 북방경협과 포항의 미래’ 특강에서 포항은 여·야가 정파를 초월해 북방전진기지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에는 포항에서 정부의 신 북방정책과 러시아 신동방정책의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진다.

한국과 러시아의 26개 광역자치단체가 참가하는 제1회 한·러 지방 정부협력포럼이 포항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북방 경협은 시작과 완성을 향해 치달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북방 경협이 포항에서 ‘대륙으로’,‘해양으로’,‘세계로’나 갈 것이다.

이제 포항은 ‘포항만의 포항’이 아니고 ‘경북의 포항’, ‘대한민국의 포항’이다.

곽성일 편집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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