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 속의 좀 벌레가
감춰진 내 외투를 사각사각 갉으며
수천 개의 돌이 쌓인
수천 개의 작은 방
그 닫혀진 방에 구멍을 내고


오늘도 내 꿈속엔 수천 개의 조약돌
미루나무 밑둥치를 싣고 오는 자전거
파묻은 도끼
푸른 잎에 가려진 얼굴
구멍 난 풍경 속의 규칙들만 보이고


어디에도 내가 없는
내 꿈속에도 내가 없는
나의 꿈




(감상) 현실 속에 살아가는 나에게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꿈속에서는 찾지 않을까 희망을 걸어봅니다만, 꿈의 공간에서도 나는 소외되고 맙니다. 좀 벌레가 자신의 꿈을 갉아 먹는 것 같고, 주변에는 규칙들만 난무합니다. 요즈음 청소년들은 아쉬운 것이 없어서 그런지 꿈이 없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내 꿈속에서조차 내가 없는 존재가 되어서야 되겠습니다. 진짜 무의식 속에서 진정한 꿈을 찾고 현실에서 실현해 보도록 노력합시다. 저는 현세에서 꿈을 이루지 못한다면 후생(後生)에 가서도 이루고 싶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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