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무환 대구취재본부장
지난달 하순 대구시가 민선 7기 출범을 알리는 첫 인사를 단행했다. 대구시는 ‘시장을 위한 인사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인사’를 하겠다고 했다.

이번 ‘혁신인사’를 위해 권영진 시장은 인사부서의 의견을 충분히 듣는 과정을 거쳐, 어느 때보다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며 시민들을 위한 인사에 집중했다고 한다. 대구시 인사라인은 대구시 경제 부시장 임용을 대표적인 예로 들며 혁신인사임을 목소리 높였다.

항간에 캠프 출신이 경제부시장 설에 오르내렸으나, 이와 전혀 관련 없는 후보를 선택했다. 혁신은 맞다. 대구시에서 18년, 중앙에서 14년을 근무한 인재를 뽑았다.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사회총괄과장을 거쳐 건설교통부 광역교통기획관,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을 지낸 인물이다. 노 정부 때 발탁된 몇 안 되는 지역 인재 가운데 한 사람이다. 고향을 위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려 하고 있는 경제부시장에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혁신이며, 그 가운데 인사 소통도 중요한 요소로 포함된다.

그런데 대구시정의 중요한 경제 선장을 뽑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잘 됐을까. 그렇지 않다. 신임 이 부시장이 사실상 내정된 시각은 면접이 마무리된 23일 오후 6시 전후로 추측된다. 면접위원들이 국토부 출신의 이승호 씨를 경제 부시장 후보로 대구시장에게 단수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다음 날인 24일 오후 2시가 넘도록 신임 이 부시장에게 귀띔 조차 없었다. 당시 이 내정자는 무척 섭섭했을 것이다. 지인들로부터 축하 인사가 날아드는데 정작 대구시로부터는 깜깜무소식이었다. 이 무렵 인사 조서는 해당 부서에 도착해 언론에 배포할 보도자료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때까지도 아무런 언질을 해 주지 않았다.

인사부서는 시장의 최종 오케이 사인이 담긴 ‘시행공문’이 아니어서 통보를 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내정자에게 정식통보는 아니더라도 낙점될 것 같다는 암시 정도는 가능하다 는 게 상식이다. 사전에 귀띔 정도 해준 후 시장의 최종 사인이 든 시행공문이 작성되면 그때 다시 공식 통보하면 될 일이다.

이런 식의 인사 행정이 이번만은 아니다. 전임 김연창 경제 부시장도 이 같은 불쾌한 경험을 했다. 인사 사항에 대해 사전에 김 전 부시장에게 한마디 의견조차 묻지 않았다. 인사 당일이나 하루 전쯤 일종의 통보 형식으로 서류를 내밀기도 했다. 일방 통보식의 행태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민선 7기 첫 인사를 앞두고 권시장이 경제부시장에게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김 전 부시장은 당황한 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사는 발표 당일 아침에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보고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대략적인 방향이나 정황 등은 이야기해 줄 수 있어야 한다. 8년 만에 신임 경제부시장이 부임했다. 인사 관련 상황을 행정 부시장에게만 소통하고 보고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정리 되면 경제부시장에게도 설명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대구시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시장의 의견도 일정 부분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경제부시장 패싱은 곤란하다. 대구시 인사라인이 1% 부족한 이유다. 인사는 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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