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만 아니라면 어디라도 가자,
해서 오아시스에서 만난 해바라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겠으나
딱 한 송이로
백만 송이의 정원에 맞서는 존재감
사막 전체를 후광(後光)으로 지닌 꽃


앞발로 수맥을 짚어가는 낙타처럼
죄 없이 태어난 생명에 대해 무한 책임을 지는
성모(聖母) 같다
검은 망사 쓴 얼굴 속에 속울음이 있다
너는 살아 있으시라
살아 있기 힘들면 다시 태어나시라


약속하기 어려우나
삶이 다 기적이므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사막 끝까지 배웅하는 해바라기





(감상) 화려하게 보이는 해바라기가 꽃을 피우기까지는 고통의 연속이었네요. 누구든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될 것 같아요. 늘 아름답고 밝은 미소를 보이는 그대도 마찬가지이네요. 밝은 얼굴 속에 감춰진 속울음이 감춰져 있었네요. 그대는 삶이 다 기적이므로, 현세가 아니면 후세라도 꼭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오히려 위로를 건네주고 희망을 던져주네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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