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앞을 향해 질주하는 세상에서
이리 가라 저리 가라 바람길을 알려주며
외통수 삶을 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때로는 절박하고 때로는 유순하게
보내고 맞이하는 풍향계의 중심에는
바람도 바꿀 수 없는 生의 축이 박혀 있다.


보이지도 않는 바람, 만질 수도 없는 바람
손으로 잡아 보고 눈으로 바라보듯
바람의 고독까지도 눈을 감고 알아낸다.




(감상) 앞을 향해 자신의 욕망을 채워가는 이에게 충고해주면서 외골수로 살아가는 풍향계의 삶은 괴롭습니다. 어느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사람도 반드시 자신을 가르치는 멘토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속마음까지 진단할 수 있는 멘토의 말을 무시하는 순간에 추락하고 맙니다. 풍향계는 절대로 꼬리를 내리지 않는 꼬장꼬장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속마음은 따뜻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는 유순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풍향계 같은 스승을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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