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은 세상의 어디가 슬픔에 눌려
낮게 가라앉아 있는지 안다
익숙하게 지상의 공허를 찾아 메우는
한줄기 비


마음도 더러 수평을 잃는다
날마다 다른 각도를 가지는 삶의 기울기에
가끔 빗물 아닌 것이 가서 고인다
얼마나 단단히 슬픔을 여몄으면
방울방울 매듭의 흔적을 지녔을까


가늠할 수 없던 슬픔의 양
그 자리에 울컥 눈물이 고이고 나서야
참았던 슬픔의 눈금을 읽을 수 있다
허하던 마음에 고여 든 평형수
기울어진 어제의 날들은
눈물 이후에야 비로소 균형을 잡는다





(감상) 빗물이 낮은 곳으로 가서 고이듯 슬픔도 눈물로 고인다. 눈물이 고이고 나서야 어느 정도 슬픔의 눈금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슬픔은 눈물로 완전히 지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또 다른 슬픔이 밀려오기 때문이다. 특히 슬픔의 감정은 균형을 조금 잡아갈 뿐이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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