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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열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외국인들이 뉴스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것을 간혹 보면, 우리나라는 운전하기 힘든 나라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운전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것은 기본적인 법규를 준수하지 않아서 다른 차량들이 어떻게 진행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주변의 차량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운전자에게는 큰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그리고 경제운전을 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한다. 삼거리나 사거리에서 접근하는 차량들이 방향을 바꿀 것인지 직진할 것인지만 알아도 운전자들은 경로를 설정하고 계획적으로 운전하기가 훨씬 쉬울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으니 도로에서 예측하고 계획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도로위에서 발생하는 어려움과 갈등을 해소하고 차량 진행을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방향지시기를 사용하도록 도로교통법에는 명시되어 있다. 도로교통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좌회전, 우회전, 횡단, 유턴, 서행, 정지 또는 후진을 하거나 같은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는 손이나 또는 방향지시기 또는 등화로써 그 행위가 끝날 때 까지 신호를 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손이나 불특정한 신호는 야간이나 기상이 좋지 않을 때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에 차량에는 방향지시등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방향지시기를 ‘깜빡이’라고 부르는데 아마 깜빡 깜빡 점멸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잘 사용하지 않는 방향지시기를 보고 있노라면 깜빡깜빡 사용하는 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것 같기도 하다.

방향지시기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다른 사람들에게 내 차량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알려주지 않는 것 이상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방향지시기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진로를 방해하거나 끼어드는 차량들 때문에 화가 난다는 운전자들이 많다. 방향지시등을 사용하지 않고 진로를 변경하거나 끼어드는 것은 난폭운전으로 신고를 받아서 면허정지나 취소를 당할 수도 있다. 더 심각하게는 보복운전의 원인이 되어서 교통사고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살맛 나는 생활이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경우이기도 하다. 도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도로가 불안하고 위험하고 운전하기 힘들어 지는 이유는 다른 운전자들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어렵고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위의 가장 작은 법규인 방향지시등만 잘 사용해도 운전할 맛 날것이다. 운전자들끼리 이해하고 예측하면서 보다 안전하게 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양보와 배려에 켜지는 방향지시등은 도로위에서 소리 없는 미소가 되어 기분 좋은 운전 환경을 만드는 초석이 된다.

도로 위 살맛 나는 운전, 운전할 맛 나는 도로는 거창하고 대단한 변화보다는 잊지 않고 방향지시등 켜는 운전자들이 많아질 때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 모두 제대로 방향지시등을 켜서 교통지옥이 아니라 운전 할 맛 나는 도로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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