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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우리나라의 청년세대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라고 하기도 하고 내집마련 포기까지를 포함한 5포세대 내지는 7포세대라고 하기도 한다. 헬조선이라는 말도 유행어로 번질 만큼 우리 청년세대의 현실에서 부닥치는 어려움과 고통이 만만치 않고 그 미래도 밝아보이지 않는다. 안정된 직장생활과 삶, 그리고 공무원연금 수급이라는 안정된 노후생활 보장을 위하여 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만 매달리고 있고 그 경쟁률만 하더라도 수백 대 일이나 된다고 한다. 청년들이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직장을 찾기보다는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생활에 안주하려는 것은 국가공동체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청년세대의 결혼 기피, 출산포기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지난해 출생아동 수는 35만명으로 출산율은 1.05명이었다. 저출산이 급격히 심화되면서 올해 출산율은 1명 이하로 더 떨어져 우리나라는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유일하게 출산율이 0점대 국가로 추락하여 출생아동 수는 32만명 대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고 2022년이 되기 전에 출생아동 수는 다시 2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 전망된다고 한다. 1971년 우리나라의 출생아동수가 100만명이 넘었는데 30년만인 2002년 40만명 대로 떨어졌고 다시 15년 만에 30만명 대로 떨어져 출산율 감소 추세가 급격하다.

중국의 마오쩌뚱은 국민의 머릿수가 곧 국력이라고 했다. 마오쩌뚱의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기에 그후 덩샤오핑에 의하여 1자녀갖기 운동으로 인구억제정책을 시행하였던 것이지만 마오쩌뚱의 말에도 상당한 일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60-70년대 박정희 시대에 우리나라의 한해 출생아동 수가 100만명에 이르던 것에 비해 2020년대에 20만명 대로 줄어들면 우리나라의 국력도 그에 비례하여 쪼그라드는 셈이다.

개인주의자 입장에서는 국력이 국민 각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국력이 약하여 임진왜란, 병자호란의 침략과 일제의 병탄을 받아 국민의 삶이 한없이 고통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또한 구소련 해체시 구소련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타국으로 전전하였던 때가 있었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내전과 혼란으로 인하여 난민들이 목숨을 걸고 지중해를 건너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국력을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동일시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안녕을 책임지는 국가의 힘이 국민의 삶의 질과 전혀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조적 장기불황으로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던 일본을 능가하는 세계 제1위의 출산율 감소는 국력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사회·문화 전반적 분야에서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하였던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가져올 수 있고 국가의 역동성을 심히 퇴색시킬 수 있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초등학교의 폐교 뿐만아니라 중·고등학교의 폐교를 거쳐 머지않은 장래에 수도권의 웬만한 대학을 제외하고 경쟁력이 없는 상당한 대학교가 폐교될 것이다. 그에 따라 학교 교사나 교수 등의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고 사교육 시장에서 그동안 몸집을 키워왔던 학원들의 상당수도 정리되어 사라질 것이다. 부동산은 오래된 주택부터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빈집으로 인한 공동화가 일어날 것이고 건물이나 상가는 입점해 들어올 임차인들이 없어져 공실로 인하여 애물단지로 변해버릴 수 있다.

노동가능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하여 국가의 세수는 해마다 빠른 속도로 감소하여 청년과 노인에 대한 복지는 커녕 국가의 기본적인 재정지출조차 어려워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 점점 확대되고 있는 복지체계는 한번 확대된 복지지출의 하강 경직성으로 인하여 세수를 부담할 담세자들의 급격한 감소로 머지않은 장래에 국가재정 파탄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기업은 생산한 제품을 소비할 청장년층이 줄어들면서 내수시장의 급격한 수축으로 수출기업 외는 도산이 줄을 이을 수 있고 수출기업도 내수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다.

세계 제1위의 불명예스런 저출산 국가로서 그 미래가 이토록 암담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나 정부의 저출산에 대한 처방이 2,000가지가 넘고 저출산 예산이 66조원에 이르지만 출산율은 갈수록 더 저하되고 백약이 무효인 지경이다. 이것은 저출산의 심각성을 가슴으로 느끼지 못하는 관료주의적 탁상행정의 결과이다. 고집멸도라고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 진단이 이루어진 다음에야 이를 극복할 진정한 대책이 나온다. 저출산의 문제는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고 머지않은 장래에 너와 나 우리 모두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엄혹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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