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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지난 6월 일어난 용산 상가 붕괴 사건, 이달 들어 연이어 발생한 금천구 공사장 옆 도로붕괴 및 아파트 주차장 균열 사건, 동작구 유치원 붕괴 사건이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건물 붕괴 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론, 경찰과 지자체가 보이는 반응은 한결같다. 언론은 사건을 육하원칙에 따라 스케치하는 데 머물고 경찰은 건축법을 위반했나 직무유기를 했나 살펴보겠다고 호들갑을 떨고 지자체는 책임이 없다고 딱 잡아뗀다. 정부는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해서 침묵한다.

1년 전 부산 사하구에서 발생한 ‘기우뚱 오피스텔 사건’과 이들 붕괴 사건은 서로 닮았다. 국가의 부재가 닮았고 지자체의 직무유기가 닮았고 주민들의 경고를 무시하는 것도 닮았다. 이들 사건은 사람의 안전을 해치는 환경에 둔감한 지자체와 국가 기관의 민낯을 드러내 주었다. 주민과 지자체, 국민과 국가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가로놓여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시공사는 연약지반에 대한 보강공사를 하라는 구조기술사의 지시를 무시했고 착공허가가 나지도 않았는데 공사에 착공하기까지 했다. 구청 측은 건축물 심의과정도 생략하고 건물이 기울어진 뒤에도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주민들이 7개월 전부터 건물이 기운다고 호소했음에도 일체 무시했다. ‘중규모 건축물’이라고 해서 감리업자는 건축주가 지정했다.

건축적폐의 복마전이라 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별다른 반응 없이 넘어가 버렸다. ‘복마전’을 목격하고도 근본원인을 찾아내지 않았다.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다. 만약 부산 기우뚱 오피스텔 사건 때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을 하고 전국에 걸쳐 종합적인 안전점검을 했더라면 금천구 도로붕괴 사건도 동작구 유치원 붕괴 사건, 용산 상가 붕괴 사건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금천구 공사장 옆 도로 붕괴 사건과 동작구 유치원 붕괴사건은 둘 다 흙막이 벽체가 무너져 발생했다. 금천구 도로는 비가 일시에 쏟아져서 붕괴 되었다 하고 동작구 유치원 붕괴는 전날 내린 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변명하고 있는데 비가 좀 왔다 하면 무너지는 흙막이라면 건물 안전, 사람 안전은 어떻게 되겠는가? 장대비가 며칠씩 퍼부어도 무너지지 않게 흙막이 공사를 해야지 시도 때도 없이 무너지는 흙막이라면 사람이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는가.

정부와 국회는 흙막이가 어떤 경우에도 붕괴되지 않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엄격한 처벌규정도 담아야 함은 물론이다. 지자체는 눈에 불을 켜고 점검해야 한다. 민원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둥 민원 요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둥 핑계를 대면 안 된다. 민원이 없으면 사고가 나도 책임이 없다는 자세는 안전불감증의 전형이다. 민원에 관계없이 안전 문제를 파악해서 대책을 내고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할 책임이 공무원, 지자체, 정부에게 있다.

상도유치원에는 122명의 어린이가 있었고 교사 15명과 교직원 10여 명도 재직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오가는 곳이다. 우연히 밤에 사고가 난 것인데 낮에 일이 터졌더라면 대형 인명 참사가 발생했을 것이다. 철두철미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제2, 제3의 상도동 유치원 사고가 터질 것이다.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입이 닳도록 외쳤건만 ‘소귀에 경 읽기’니 암담하기만 하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안전사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지자체, 건축업자, 감리업자에게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법을 허술하게 만들어 놓은 국가에게 있다. 정부와 국회가 ‘안전하지 않은 법’을 만들어 놓고 ‘좋은 정치하고 있다’고 자랑하는 사이에 애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밤잠을 못 잔다. 사람 죽어가는 소리 끊이지 않는다. 정부와 국회의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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