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농사로 부농 꿈 자란다-고령군 딸기명가 곽무현·곽결 부자

경북도 농업명장인 고령군 쌍림면 곽해석(80)명장의 대를 이어 3대째 딸기농사를 이어가고 있는 곽무현(54), 곽 결(25) 부자.
경북 고령군은 가야산 맑은 물과 비옥한 땅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하는 딸기가 유명한 지역이다. 고령 딸기는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 1992년도부터 일본, 홍콩, 대만 등지로 수출해 오고 있다.

2001년에는 일본에 120만 달러를 수출해 품질을 인증받고 있다. 시설 딸기 재배면적은 쌍림면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쌍림 딸기 재배 면적은 군 전체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50년의 재배역사와 기술을 자랑하는 선도농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쌍림면 안림리에 3대가 잇고 있는 ‘고령군 딸기 명가’이다. 경북도 농업명장인 곽해석(80) 딸기농장이다. ‘명장(名匠)’은 말 그대로 기술이 뛰어난 장인을 일컫는다. 한평생 딸기재배 한길만 고집한 그는 명장이란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농업인이다.

곽해석 농가는 1967년 고령에서 처음 노지딸기 재배를 시작했다. 그의 한평생은 ‘고령 딸기’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기에 유독 그에겐 ‘처음’이란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딸기 수량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전조재배’ 기술을 고령에 처음 도입한 사람이 바로 곽해석 농가다.

고령에서 딸기 유기농 인증을 받은 것도, 유기농 딸기잼 제조에 도전한 것도, 딸기 포장 박스에 상표를 붙여 판매한 것도, 포장 박스를 나무에서 종이로 바꾼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바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이뤄가는 장인정신의 소중한 결과물이다.

그런 곽해석 농가에 그의 대를 이어 딸기농사에 열정을 바치고 있는 아들과 손자가 있다. 곽해석씨 아들 곽무현(54)씨는 지난 1991년 1월 아버지 곽해석씨로부터 딸기농사를 전수받으며 본격적으로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곽무현씨의 아들 곽 결(25)씨도 2016년 군 복무를 마친 후부터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딸기 농사에 나섰다.

그렇다면 과연 딸기 명가는 어떻게 농사를 짓고 있을까. 쌍림면 안림마을의 들판은 온통 딸기를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일색이다. 겉으로 봐서는 고만고만한 비닐하우스지만 이 댁 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면 밭이랑 높이부터 예사롭지 않다.
곽해석 풀무원 올가유기농딸기잼
이 농가에서 재배하는 딸기는 ‘육보’라는 품종이다. “다른 밭보다 곱절은 높습니다. 딸기 뿌리는 1m에서 1.5m까지도 자랍니다. 마음껏 뻗어 나가 흙의 기운을 충분히 빨아들이게 하려면 이렇게 높이 올려야 해요.” 곽무현씨의 설명이다. 그 때문인지 이 농가의 딸기는 붉은 빛이 또렷하고 맑다. 유기농 과일답게 향긋하며 과육이 뭉개지지 않고 제대로 씹히면서, 당도가 높고 딸기 고유의 풍미가 살아있다.

14개월 농사인 딸기는 과채류 중에서도 재배가 힘들기로 손꼽힌다. 수확은 5월에 끝나는데 이듬해 심을 모종 준비는 3월부터 시작한다. 우리나라 한해 딸기 생산량 중 유기농은 5%를 넘지 않는다. 유기농 딸기 재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모종과 토양관리다. 친환경 딸기 농부들은 모종을 키울 때 약에 대한 유혹을 가장 많이 느낀다고 한다. “화학비료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이 바로 땅”이라며 안타까워하는 곽씨 3대가 땅에 쏟는 애정은 남다르다. 산성으로 변해버린 땅을 살리기 위해 토양의 염도를 떨어뜨리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톱밥, 나무껍질, 왕겨 등을 혼합해 당밀을 넣어 발효시키는 작업을 거쳐 미생물이 먹고 배설할 수 있는 좋은 서식 환경을 만들었다.

농약을 먹으면 즉사한다는 벌은 유기농 딸기밭의 또 다른 상징이다. 농가의 하우스 안에서는 벌이 딸기의 자연수정을 돕는다. 병해충 예방에는 농약 대신 곽씨 농장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수십 년 노하우가 총동원된다. 천연 약제 재료 값도 만만찮다.

이렇게 고생해 생산한 딸기인 만큼 명품 대접을 받고 있는 곽해석 딸기다. 우리나라 유기농 친환경식품 전문 업체의 대표기업 중 하나이면서 납품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다는 풀무원 올가홀푸드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오늘 수확한 딸기는 저녁 무렵에 경기도 기흥에 있는 올가 물류센터에 도착하고 다음날 아침이면 매장에 진열된다. 올가에서 모종부터 수확까지의 전 생육과정은 물론 입고 시의 상태도 꼼꼼히 살피는 만큼 마지막 안전검사에서 합격해야만 물류센터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미리 주문하고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몸값 높은 딸기 덕에 연간 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곽해석 유기농딸기잼
매출의 일부를 차지하는 유기농 딸기잼도 보통 잼과는 다르다. 딸기잼을 만들 때도 생과로 나갈 때처럼 가장 좋은 상태, 가장 맛있을 때 딴 무르지 않고 상처 없는 싱싱한 딸기에 유기농 설탕만 더해져 잼이 된다. ‘올가 유기농 딸기잼’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건 결코 아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창기에는 딸기 모종에 실패해 그해 농사를 모두 접어야 했고,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지금도 언제든지 실패할 요소가 있다고 말한다. 3대는 농업명장 곽해석씨가 해왔던 것처럼 연구와 개발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자연재배 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땅을 소중히 생각하고 바른 먹거리 생산에 최선을 다하는 농사철학으로 ‘곽해석 육보 딸기’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3대의 부농이야기를 전한다.



권오항 기자
권오항 기자 koh@kyongbuk.com

고령, 성주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