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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문제"vs"기성세대 잘못"…추석 가족·친지 모임서 갈등

"각자 삶의 방식 존중하고 서로 이해해야"…신·구 소통 중요"

연합   |   등록일 2018.09.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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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종합 부동산대책을 하루 앞둔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 한편 이날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3조4천억원 증가했고 이는 지난해 7월(4조8천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이로써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91조1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연합
즐거워야 할 추석 명절이다. 그러나 많은 가정에서는 그렇지 않고 가족 구성원에게 오히려 스트레스만 주는 날이 됐다고 한다.

오래전에 핵가족화한 현대 가정 구성원이 명절 때만 갑자기 전통적인 공동 가족 군에 합류함으로써 더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이를 잘 극복하지 못해 몸과 마음에 병이 난다는 것이다.

설날을 합쳐 1년에 두 번 돌아오는 명절이나 주부, 신혼부부, 취업준비생 등은 그 증후군과 세대 간 갈등을 겪고 있다.

◇ 벌초 문제로 세대 사이 갈등

최근 벌초가 가족, 세대 간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제주에서는 추석을 보름 앞둔 음력 8월 초하루를 앞뒤로 가족·문중별로 ‘벌초 행사’를 한다.

추석에는 못 오더라도 벌초에는 반드시 참여하는 것을 불문율처럼 여긴다.

직계가족(부계 8촌 이내)이 모여 고조부 묘소까지 하는 ‘가족 벌초’와 각 지파 가족대표가 함께 처음 제주에 정착한 선조인 ‘입도조’부터 5대조까지 하는 ‘모둠 벌초’로 보통 2차례 진행한다.

객지로 떠난 가족도 이때가 되면 제주로 돌아와 벌초에 참여하고 온종일 묘소 10∼30여 기를 돌아다닌다.

어떤 문중에는 벌초에 참여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도록 강제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 벌초하러 내려오면 항공편 편도 비용을 대주기도 한다.

A(72) 씨는 ”문중 벌초를 할 때 젊은 사람이 없다. 다른 곳에 간 자식들, 조카들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참여하지 않는다“며 ”옛날에는 걸어서 가면 몇 날 며칠을 낫과 호미로 했는데 지금은 벌초기로 순식간에 할 수 있는데도 불평이 많다“고 핀잔을 준다.

서울에 사는 B(38) 씨는 ”추석 전에는 벌초하러 제주에 내려가야 하고, 추석에 또 가야 한다. 이만저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시대도 변했고 앞으로 방식이든 시기든 뭔가 바꿔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추석을 앞두고 이달 초 벌초 문제로 다투다 형제 사이에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양주경찰서는 지난 9일 오후 7시 30분께 친형 D(67) 씨 집을 찾아가 형 얼굴에 깨진 술병을 휘두른 혐의로 C(62)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앞서 두 사람은 산소 벌초를 하는 문제로 전화로 말다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화를 끊고 화가 난 동생이 자고 있던 형을 찾아가 범행을 저질렀다. 다행히 형은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경찰은 밝혔다.

◇ 정치·경제 문제로 티격태격

창원에 사는 김모(36)씨는 이번 추석에도 친척 간 ‘정치 문제’로 설전이 벌어져 머리가 아팠다.

지난 설에는 잠잠했지만, 최근 평양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이슈가 되자 어김없이 식사 자리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아버지 김 모(69) 씨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문재인 정부가 해결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씨 사촌(46)도 ”북한 김정은 위원장도 완전히 태도를 바꾸고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자는 의지가 보인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옆에 앉아 있던 다른 친척(74)은 ”북한에 퍼주기만 하는 그런 정치쇼에 불과하다“며 ”과거에도 속았는데 또 속을 게 뻔하다“고 비판했다.

30분 넘게 이어진 논쟁에 오랜만에 모인 친척은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식사를 했다고 한다.

김 씨는 ”한 해 한두 번밖에 못 봬 사이좋게 지내도 부족한데 정치 문제로 너무 싸워 명절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 결혼·출산 문제로 얼굴 붉히기도

대구에 사는 박초롱(34·여)씨는 추석에 차례를 마치고 식사를 하던 중 지난해처럼 결혼 문제로 집안 어른과 말다툼을 했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고 좋아 자신을 ‘독신주의자’라고 하는 박씨는 ”언제 결혼하나. 서둘러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친척들 재촉에 발끈해 목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박씨는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혼자 벌어 먹고사는 게 좋다“고 밝혔다. 그러나 몇몇 친척은 ”나이도 많은데 빨리 결혼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결국 박씨는 밥을 다 먹지도 못하고 서둘러 큰집을 빠져나왔다.

한 어른이 집을 나서는 박씨를 붙잡고 ”부족한 것 없는 우리 조카가 혼자 있는 것이 안타까워 그런다“며 ”내가 아는 사람이 있는데 소개팅할 생각이 있느냐“고 제안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또 다른 집안에서는 출산 문제로 주장이 엇갈렸다.

결혼 10년 차에 접어든 김 모(41) 씨는 아이를 낳지 않고 반려동물을 키우며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있다.

추석에 김씨를 본 할머니는 ”이제 나이도 마흔이 넘었는데 하루빨리 아이를 낳아야 한다“며 재촉했다.

김씨는 할머니와 대화를 피하려고 이방 저방을 옮겨 다니다 아내와 집을 나섰다.

그는 ”내년에도 같은 말을 하면 차례에 참석하기 어려울 거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천에 사는 최모(36·회사원)씨는 추석에 고향인 경북 봉화 본가에 왔다가 아버지(65)와 말다툼을 할 뻔했다고 한다.

아버지는 4살짜리 딸을 둔 아들에게 아들 손주 얘기를 하며 ”둘째는 언제 가질 거니“라고 물었다.

이미 여러 차례 ”둘째 계획은 없고, 딸 하나만 잘 키울 생각“이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둘째를 낳으라고 채근한다.

그는 이 문제로 아버지와 다투는 횟수가 늘자 이제는 손자 얘기가 나오면 다른 얘기로 화제를 돌리거나 슬그머니 자리를 뜨며 충돌을 피한다.

최씨도 둘째 생각을 아예 안 해본 건 아니나 아내와 맞벌이를 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생활하는 빠듯한 형편에 엄두가 나지 않아 진작에 포기했다.

◇ ”각자 삶의 방식 존중하고 서로 이해해야“

손경락 파주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지난 시절 우리나라는 전쟁, 산업화, 빠른 성장, 그리고 IMF 이후 경험한 정체기 등 두·세 세대를 거치며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며 ”이에 따른 세대 간 가치관이 충돌하고, 그런데도 서로 처지를 이해하고 공유할 여유도 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요한 건 듣는 사람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지, 사생활을 존중받을 수 있는지 등인데 아직 그런 부분을 잘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기성세대가 젊은이를 독립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며 ”젊은이도 부모 세대와 소통하려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 모두 한가족이란 마음으로 서로를 아끼고 돕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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