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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법원 행정처와 대법원이 저지른 사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법원이 상고법원 설치라는 자신들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재판거래도 마다하지 않았고 목표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회유와 고립, 압력 같은 치졸하고 음흉한 방법까지 동원하였고 국민의 세금으로 책정한 ‘광고비’를 자신의 욕심을 실현하는 도구로 삼기까지 했다.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정부를 탄핵했지만 사회 곳곳에 만연한 적폐는 극히 일부만 단죄되었을 뿐이다. ‘적폐’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도 있는데 적폐가 대한민국 사회의 폐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상고법원이라는 잘못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사법부만큼 한국사회의 적폐를 제대로 보여주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 판사 모두가 관련된 건 아니지만 대법원이 자신의 이해 실현을 위해서 물불 안 가리는 권력기관으로 군림할 때 많고 많은 판사 가운데 목소리 낸 판사가 없었다는 건 법원이 갈 데까지 가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특정 직군이 건강성을 가지고 있는지 알려면 불의와 비리를 스스로 걸러내는 자정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적폐가 켜켜이 쌓이고 비리가 곳곳에 만연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정해내지 못한다는 건 조직이 생명력은 물론 정당성도 잃었다는 걸 의미한다. 조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는 많겠지만 이번 사법농단의 경우처럼 시스템에 문제가 있고 구성원 모두가 타성에 젖어버린 경우는 그야말로 구제불능이다.

어떤 신문이 사설 제목에 ‘협잡과 공작의 사법부’라는 말을 썼다. 적절히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사법부가 어둠의 세력을 상징하는 ‘국정원’으로 변신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자신의 뜻에 안 맞는 인물이나 세력의 뒤를 캐고 이들을 어떻게 회유하고 압력은 어떻게 넣을까 하는 전략 전술까지 세운 사법부 이야긴 세계 토픽감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을 두고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한다. 현실에서는 기득권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너무도 많아서 재판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속에 사법부의 잘못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관예우라는 웃지 못할 적폐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데도 고쳐질 조짐조차 보이지 않는 현실은 우리를 절망케 한다. 법원을 정의의 보루로 여기는 사람을 좀처럼 찾을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난 17일 법학 교수 137명은 성명을 내고 특별재판부 설치, 국회 국정조사, 문제의 법관 탄핵을 요구했다. 100명이 넘는 법조인들이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례적인 데다 주장 또한 분명해서 많은 주목을 끌었다. 성명에서 법조인들은 사법농단 사태를 두고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이자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말하고 “사법의 위기이자 정의의 위기요 국가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법조인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준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사태가 별일 아닌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사법부를 입맛에 맞는 인사로 바꾸려는 흑심이 숨어있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 같은 태도에는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고 모든 걸 정략적으로 바라보는 좋지 않은 습성이 담겨 있다.

정부와 정치권, 국회와 김명수 대법원장은 초유의 사법농단을 파헤치지 않고 이대로 넘어가면 사법체계가 무너져 내리게 될 것임을 생각해야 한다. 무너진 사법 시스템을 똑바로 세우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게 될 것이다. 국정조사와 특별재판부 도입을 비롯한 사법개혁을 서두를 때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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