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3명 수업 배제 경찰 조사

중대구의 한 사립여중 복도에 나붙은 스쿨미투 폭로 쪽지
최근 대구의 중·고교에서 시작된 ‘스쿨미투’가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대구 2개 중학교와 1개 여고에서 청소년들이 폭로한 교사들의 인권침해 사례는 학생들보다 못한 교사들의 인권의식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까지 이끌어 냈다. 그렇다면 가해자로 지목된 교사들에 대한 경찰수사는 어떻게 됐을까.

3일 대구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수성구에 있는 공립중학교 체육부장 교사 A씨(56)가 체육 시간에 자세를 잡아 주겠다며 신체접촉을 하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신고가 지난 5월 경찰에 접수됐다. 피해를 주장하는 여학생 2명 가운데 1명이 경찰에서 진술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지난달 21일 교사 A씨에 대해 추행과 아동복지법 위반(성희롱)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을 담아 검찰에 송치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수사결과가 나오면 A씨를 징계할 예정이다.

수성구 한 사립여중에서는 지난 8월 27일 쪽지(포스트잇)와 SNS를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주로 외모 비하나 여성 차별적 발언 등이 이어졌다는 폭로였다. 졸업생들도 교사들의 잘못된 행동을 폭로하는 데 동참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진상조사에 나섰고, 교사 3명이 학생을 상대로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하거나 비하 발언을 일삼은 것을 확인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수업에서 배제했다.

교사 B씨(40), C씨(52), D씨(55)에 대해 수사를 벌인 수성경찰서는 B씨가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혐의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다음 주 초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를 받은 교사 C씨와 D씨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달 9일 SNS와 대자보 등을 통해 교사들이 성추행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수성구 사립여고에서도 나왔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공부 열심히 해야 좋은 데 시집간다” “미니스커트를 입으라”는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는 9월 12일과 18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 방식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에 진척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데다 진술도 없어서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능력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경찰 수사로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를 바라는 일부 학부모와 사태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학교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성경찰서는 학교 측에 학생상담 등을 통해 피해자를 명확히 해서 수사를 다시 의뢰할 것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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