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좋은 카페·이색 맛집·힐링 쉼터, 여행의 또 다른 재미…지나치면 섭섭해

삼국유사 군위휴게소.
휴게소는 고속도로 여행의 필수요소이다. 몇 시간씩 차로 달려야 하는 장거리 여행 중에 졸음을 피해 틈틈이 쉬어야 하며, 화장실도 들러야 하고 허기도 채워야 한다. 허리와 팔다리를 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여 근육의 긴장도 풀어야 한다. 휴게소는 긴 여정의 오아시스 같은 곳.

전통적인 휴게소의 역할이 ‘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특히 상주영천고속도로에 있는 2개의 휴게소가 아주 핫하다. 각종 SNS에 오르고 있는 그 인기의 비결을 뭘까.
삼국유사 군위휴게소 입구
지난 2017년 6월에 개통한 상주영천고속도로로 인해 경북 동남부권에서 경북 북부나 수도권으로 가는 길이 아주 가까워졌다. 30~40분 정도 단축이 된다고 하니 수도권으로 가거나, 수도권에서 올 때의 시간과 수고가 한층 가벼워진 것이다. 수도권으로 가는 상행선이 군위군을 지나갈 때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있고, 비슷한 위치의 하행선에 ‘군위영천휴게소’가 있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이름부터 길다. 휴게소가 군위군 산성면에 있어서 그냥 군위휴게소로 이름 지으면 될 일이지만 중앙고속도로에 이미 같은 이름의 휴게소가 있다. 군위군은 곳곳에 삼국유사 문화콘텐츠를 활용하곤 하는데, 저자인 일연스님이 바로 군위에서 삼국유사를 집필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이름 긴 휴게소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주차를 하고 문 앞에 서면 곧 알게 된다.
삼국유사 군위휴게소 식당·매점 입구.
휴게소는 외부부터 내부까지 곳곳에 온통 추억 냄새가 가득하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부터 간판의 서체 하나하나까지 60~70년대 복고풍으로 디자인돼 있다. 한쪽 벽면에는 손으로 그린 옛날식 영화 간판과 오래된 LP판들이 장식돼 있다. 입점해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도 정겨운 한글을 사용한 간판을 달았다. 여기엔 ‘미미분식’이 있고, ‘국제시장’이 있다. 복고풍의 다방을 재현한 ‘장미다방’에는 오래된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고, 편의점이 있을 자리에는 낡은 간판의 ‘대신상회’가 들어서 있다. 내부공간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화본역 역사의 모형은 휴게소의 대표적인 포토존 가운데 하나이다. 군위 화본마을에 있는 추억박물관의 콘텐츠를 이어가는 듯하다. 이 오래된 복고풍의 콘텐츠들을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기해하고 있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추억에 잠긴다.
삼국유사 군위휴게소 내부 모습.
금강산도 식후경, 휴게소 방문의 묘미는 바로 먹거리 간식이다. 떡볶이, 통감자구이, 핫도그 등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다양한 즉석 간식코너들 중에서 유독 사람들의 줄이 길게 서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핫바와 소떡을 판매하는 미미분식이다.
삼국유사 군위휴게소 핫한 간식 ‘소떡’.
소떡은 소시지와 가래떡을 꼬치에 꽂아서 구워낸 것으로, 요즘 휴게소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 아닐까 한다.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모 연예인 덕분에 아주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소떡 뿐만 아니다. 요즘 그 프로그램 덕분에 각 지역의 휴게소가 바로 맛집이 되고, 거기서 파는 음식들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냥 허기를 채울 간식거리에 문화콘텐츠가 입혀졌다. 먹어보면 그 맛이 그 맛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그 경험을 소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꺼이 줄을 선다.

소위 ‘먹방’이라는 먹거리 콘텐츠를 다루는 방송들이 지역 내 숨은 먹거리들을 발굴하고, 그 먹거리들이 지역의 관광산업을 이끌어 가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한 휴게소가 꼬막 비빔밥 가격을 방송 직후에 적지 않게 올려버린 것 등은 이런 호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군위영천휴게소 입구.
상주영천고속도로의 상행선에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있다면 영천으로 가는 하행선에는 군위영천휴게소가 있다. 군위에는 고속도로 휴게소가 3개나 있는 셈이다. 어쨌든 이 군위영천휴게소 역시 독특한 테마로 운영되고 있다.
군위영천 휴게소 건물에 제1공장이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주차를 하고 건물의 간판을 보면 ‘제1공장’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이 휴게소의 콘셉트는 바로 ‘공장’이다. 즉석 간식코너에는 간식 제1공장, 로케트 분식, 호두팩토리 등의 메카닉스한 이름으로 운영 중인 가게가 있고, 내부 식당도 팔공제면소, 안전제일돈가스, 한식발전소 등의 간판을 걸고 음식을 팔고 있다.
군위영천휴게소 공장식 인테리어.
각종 파이프와 컨베이어벨트 등 공장 아이템으로 인테리어를 하고 다소 어두운 배색으로 공장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고 있다. 휴게소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도 ‘안전제일’ 와펜이 붙은 공장 유니폼을 입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군위영천휴게소 한식발전소.
지금까지 고속도로 휴게소의 이미지는 천편일률적이었다. 식당에선 라면과 우동을 팔고, 편의점이 하나 있으며, 커피숍이 한두 개가 있다. 바깥쪽 간식코너에는 호두과자와 핫도그, 핫바, 떡볶이 등 즉석식품을 팔고 있는 것은 전국 어느 휴게소에서도 똑같아서 마치 복제품을 보는 것 같았다.

그랬던 휴게소가 달라지고 있다. 저마다 독특한 지역색을 입히고, 문화콘텐츠를 입혔다. 독특한 테마와 먹거리로 각종 SNS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고 있다. 특히 위에서 소개한 두 휴게소는 영천, 포항, 경주 등 경북 동남부 지역으로 고속도로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들러보라고 권하는 곳이 됐다. 이들 휴게소는 지나가는 길에 그저 스쳐 가는 곳이 아닌, 필수여행코스에 넣어도 부족하지 않을 곳이 됐다.
7번 국도의 보석같은 울진망양휴게소.
동쪽 해변의 도시를 지나가는 7번 국도는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는 멋진 드라이브 코스다. 장장 480km의 구간에서 한가운데에 위치한 울진의 망양휴게소는 7번 국도의 보석과 같은 곳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놓인 자연적인 경관이 좋고, 청정지역 울진의 옥빛 바다색도 감동을 준다. 시원하게 조망되는 바다 쪽에 전망대를 만들고 짧지만, 스카이워크도 만들고 포토존도 만들어두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몇 분이면 운전의 피로감이 사라질 것이다.

여행은 매번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고, 삶의 휴식과 전환점을 제공한다. 그래서 일상에서 다소 먼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는데, 쉼을 위한 여행에서 운전은 피곤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피곤한 여정 사이에서 휴게소는 쉼과 활력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휴게소의 아름다운 변신이 우리들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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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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