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생에서 나 하나 잘한 일이 있다면
고요한 견딤으로 기다릴 줄 알았단 것
이윽히 나비 날갯짓 바라볼 줄 알았던 것

바람 지난 자리에서 꽃잎 가만할 때까지
여윈 겨울나무에 여린 꽃눈 돋기까지,
멍 그늘 짙은 숲 속에선
가만 손등 감싼 것도

금빛 햇살 자란자란 물무늬 이는 강변
드러난 나무 밑동 위 낙엽을 덮어주며
갈대의 겨운 속울음 춤이 되는 걸 바라보네

별들의 불면 곁에서 선잠을 자다 깬 듯
이 생에서 나 무엇도 이룬 것 하나 없지만
고요히 바라보는 행복
알게 된 일 참, 다행이네





<감상> 기다림은 고요한 견딤과 바라봄에서 시작되는 것인가. 기다림은 겨울나무가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피워낸 한 송이 꽃처럼 고요한 견딤이 필요하다. 또한 기다림은 갈대의 속울음이 춤이 되는 걸 고요히 바라볼 줄 알아야 가능하다. 이런 경지에 이르려면 자신의 고통을 얼마나 견디어 내어야 하는가. 상처를 입은 자가 남의 상처를 바라볼 줄 알듯이, 드러난 나무 밑동에 낙엽을 덮어주는 시인의 따뜻한 온기가 온 세상에 퍼지기를 기대해 본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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