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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연일 전 포항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시인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즉 프랑스는 노인 인구가 7%(고령화 사회)에서 14%(고령사회)에 이르는 데 115년, 미국은 72년, 영국은 47년, 독일은 40년이 걸린 데 비해 우리나라는 불과 17년 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고령사회로 들어섰다.

하지만 평균수명의 증가와 출생률의 감소로 인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 사회와 국가에 적지 않은 위기요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고령 인구에 대한 대비는 매우 미흡했음을 누구도 감히 부인(否認)하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불과 2년 후인 2020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만 명 이상씩 감소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 코앞에 닥치게 된다.

이렇듯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현저히 줄어들게 됨에 따라 우리 사회와 정부는 감소하고 있는 노동력 확보 방안을 하루빨리 수립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는데, 필자는 고령화 문제를 푸는 첫걸음은 생산가능인구(경제활동인구) 연령을 높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즉 64세까지로 되어있는 생산가능인구를 한 10년(즉 74세) 정도 높이자는 것이다.

왜냐하면, 현재의 고령자는 한두 세대 앞의 같은 연령대보다 생물학적으로 5~10년 정도 젊고 건강하기 때문이다. UN 또한 지난 2015년에 ‘평생 연령 기준’을 제시할 때 평균 수명과 체력의 변화 등을 따져 17세 미만은 미성년자, 18세부터 65세는 청년, 66세부터 79세까지는 중년이라고 분류하지 않았는가.

어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령층의 ‘계속 근로’ 희망 연령은 평균 72세였다.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건, 우리나라의 55~75세 인구가 1천만 명인데, 이 연령대에 있는 90% 이상의 사람들은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계속 일하고자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노후 자금이 부족해서이다. 오죽하면 투병하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일없이 오래 사는 게 더 두렵다고 토로할까. 분명한 건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는 일에 대한 열정은 물론, 일할 능력과 건강까지 두루 갖추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이들을 우리 국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고령자 취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수반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나이만으로 퇴직 시기를 정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노인의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고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또한 생산가능인구(15세~64세)의 상한 연령을 현재의 64세에서 74세로 올리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장래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얼마나 지혜롭게 잘 풀어 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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