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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국들

이재무   |   등록일 2018.10.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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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다니는 회사가 세 들어 있는 건물
입구 유리문에는 익명의 손자국들 어지럽다
손자국을 힘껏 밀어야 문이 열린다
그러니까 아침에 나는 저 손자국들에
손을 대고 출근을 하고
저 손자국들에 손을 포갠 뒤
점심하러 나왔다 들어가고
저 손자국들에 내 자국을 묻힌 뒤
퇴근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저 손자국들 속에는 분명 내 것도 들어 있을 것이다
손자국들은 서로 포옹하거나 클린치하거나
후배위하거나 부둥켜안고 있기도 하다
놀랍지 않은가, 내가 얼굴도 모르는 이들
손자국들이 난교처럼 한 몸으로 엉켜 있다니!
저토록 은밀하게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고 있다니!





<감상> 4만 년 전 마로스 동굴에는 무수히 손도장이 찍혀 있었으므로 바위벽이 편지였을 것이다. 이 손자국들은 서로 하고 싶은 말들과 온기들을 표현하는 시(詩)이자, 언어였을 것이다. 이후에 그림과 기호들이 등장했을 것이고 호모사피엔스는 언어를 창조하여 지구를 지배했다. 도시 한 복판에서 입구 유리문에 새겨진 손도장도 최초의 인간이 새겨놓은 유희와 다르지 않다. 손자국들이 서로 포옹하고 한 몸으로 엉키듯이 얼굴 모르는 이들끼리 따뜻한 체온을 공유하는 사회라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하는 그대가 내 손바닥에 포개질 때처럼, 손바닥이 파랑을 깨울 때처럼.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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