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돌기달린 혓바닥처럼, 수건은
식구들의 체취를 핥아 먹는다
처음 남긴 막내의 냄새 위에
아빠 냄새, 엄마 냄새가 겹쳐지고
겹치면 겹칠수록
냄새는 하나의 원형으로 돌아간다
따로 따로 거둔 냄새들은
수건 안에 모여서 비로소 가족이 된다
세탁기에서 꺼낼 때
가끔씩 수건의 올이 빠지는 것은
가족의 냄새를 놓기 싫기 때문이다
그러니 수건이 아니라면
어디에서 가족을 물어 보겠는가
그 체취를 잊지 못하여
수건은 걸레가 되어서도
방바닥을 킁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감상> 여러 감각 중에 가장 원형적인 것이 후각일 것이다. 사물들은 각기 고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건은 가족의 냄새를 핥아 먹으므로 그 존재의 역할을 다하는 셈이다. 따로 거둔 냄새들은 수건 안에서 비로소 가족이 된다. 수건은 올이 빠져도, 걸레가 되어서도 가족이라는 체취를 여전히 안고 있다. 수건처럼 가족이 화목하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냄새가 지도를 따라 퍼져 나갈 것이다. 그 냄새를 맡고 한 울타리에 모여들 것이므로 우리는 가족이라는 이름을 지닌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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