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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포항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 추진을 둘러싸고 주민 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9월 14일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1차 공청회가 반대 측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데 이어 최근(4일) 2차 공청회마저 찬성 측과 반대 측 주민 간의 격렬한 몸싸움 끝에 결국 또다시 무산되었다. 화석연료가 아닌 순수목재만을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발전소라고 주장하는 사업주체와 그에 찬성하는 주민들, 그리고 순수목재는 그냥 무늬에 지나지 않고 결국은 오염 배출을 유발하는 다른 산업폐기물이 주 연료가 될 것이라고 의심하는 반대 측 주장이 서로 대립하는 모양새다. 정책이든 사업이든 추진과정에서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진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는 어느 사회에서건 흔히 있는 일이다. 따라서 충분한 설득과 치열한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내는 과정은 민주사회에 없어선 안 될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두 차례에 걸친 공청회가 아예 시작도 못 하고 무산된 점은 당연히 유감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공청회 개최가 왜 그토록 필사적인 저항에 막혔는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 지역 분위기는 지진피해로 인한 물질적 정신적 충격에서 여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그 지진 발생 원인이 다름 아닌 지역 내 지열발전소 때문이라는 조사결과들이 점차 신빙성을 얻고 있다. 따라서 애초 있는지조차 몰랐던 지열발전소에 대한 주민들의 원망은 날로 쌓여 가는 중이다. 발전소라는 단어 자체로도 심한 심리적 저항감을 느낄 정도다. 이번 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 반대여론이 그토록 격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심리적 요인이 더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기에 아마도 우리 지역에서 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은 추후에도 추진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관계기관인 포항시가 보여준 태도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앞서 시는 2016년 보도자료를 통해 ‘영일만 산업단지는 물론 포항지역 전력수급의 안정에 기여하고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확대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포항바이오매스발전소 건설을 유치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총 3,0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으로 주민고용은 물론 해외로부터의 연료수입으로 영일만항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시의 입장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사업 타당성이 당초 예상보다 미흡해서가 아니다. 단순히 주민 반대가 그 이유다. 주민이 원치 않는 사업이라면 하지 않는 게 어떤 면에선 타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선 전체 주민의 유불리를 떠나 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과 정책은 웬만하면 하지 않겠다는 무사안일주의로 비난 받을 소지도 있다. 당초 밝힌 대로 정말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침체된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사업이라면 주민설득에 적극 나서는 게 옳다. 또한 걸림돌이 되는 환경오염 문제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고 주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사업주로부터 오염방지책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는 이런저런 노력도 없이 그저 주민 간의 찬반대립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적인 자세만 취하다 끝내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결국 아무런 결과도 없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으로까지 번질 정도로 괜한 주민갈등만 양산한 모양새가 됐다. 행정력 낭비에다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어떤 일에든 찬성의견이 있으면 당연히 반대의견도 있다. 하물며 지역행정에 있어 주민 간의 갈등이야 늘 있기 마련 아닌가. 문제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조정능력을 지자체가 얼마만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방관자적 자세는 책임 있는 지자체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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