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거나 주차장으로 전락…무관심에 방치된 문화유산

2015년 3월 KTX 포항역 이전으로 폐역된 후 철거된 구 포항역사
1. 홍콩의 근대문화유산보전

2. 군산과 목포 등 우리나라의 근대문화유산 보존

3. 포항, 경주 등 경북지역의 근대문화 유산 보존과 문제점

4. 근대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인식전환과 지역 문화재 정책 방향



목포와 군산의 근대문화유산 활용정책은 이제 안착 단계로 접어들면서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도시재생을 위한 역점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북도의 근대문화유산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북지역의 경우 지난 2005년 마무리된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 목록화 조사에서 총 658건이 확인돼 서울의 710건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지역으로 나타났지만, 등록문화재로 지정 건수는 7.1%에 불과한 47건에 그치고 있다.

포항은 철도기념물로 지정된 구 포항 역사를 철거하거나 10여 채가 넘는 구룡포 일식 가옥 가운데 단 한 건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지 못하는 등 무관심이다.

‘포항을 빛낸 인물’로 선정된 석곡 이규준 선생과 장헌문 의병장의 유물은 유족의 자택 창고나 면 단위에서 마련한 조악한 전시실에 방치되다시피 한 데 반해, 실 유물 한 점 없는 과메기 문화관이나 연오랑·세오녀 공원에는 많은 예산을 퍼붓고 있다.

경주시도 목록화 조사에서 총 74건이 확인돼 안동 93건에 이어 경북에서 두 번째로 근대문화유산이 많지만, 고대 신라 문화에 관한 정책과 지원에 비하면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포항시는 근대문화유산 목록화 조사에서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 구룡포의 근대 일식 가옥인 최우영 가옥(1920년대 지은 일본식 목조건물)에 대해 2008년과 2013년 두 차례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 수탈 현장이라는 국민적 반감을 이유로 모두 보류된 이후 더는 등록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지 않고 있으며, 경주시 또한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제일여인숙(1930년대 건축)이 영업을 중단했지만, 등록문화재가 아니라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무책임한 대답만 내놓았다.
담장 곳곳이 깨져있는 경주의 첫 서양식 의원인 구 야마구치 병원, 현재 화랑연수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경주의 첫 서양식 의원인 구 야마구치 병원 건물(현 화랑연수원)도 담장 곳곳이 깨져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경주시의 구 서경사(제290호, 일본 전통 불교 양식 건축물) 건물 앞마당 잔디 역시 주차장으로 전락해 있어 경주시의 근대문화 유산보존 의지를 의심케 했다.
등록문화재 제290호로 지정된 경주 구 서경사. 건물 앞 잔디가 주차장으로 전락했다.
포항과 경주의 이러한 무관심과 정책 부재가 지속한다면 우리 지역의 소중한 근대문화유산은 빠른 속도로 훼손 또는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그런 가운데 지난 8월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과 군산 내항 역사문화공간과 함께 문화재청의 ‘선(線)·면(面)’ 단위 문화재로 등록 고시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두서길·광복로 일원의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2만6377㎡)는 근대 시기 영주의 형성과 발전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핵심 공간으로, 영주역의 생성과 그 배후에 만들어진 철도관사를 비롯해 정미소, 이발관, 근대 한옥, 교회 등 지역의 근대생활사 요소를 잘 간직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재로 등록된 목포·군산·영주의 근대역사문화공간 3곳은 문화재청이 역점 구상 중인 역사문화자원 기반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공모사업에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되며 과거와 현재, 문화재와 지역이 공존하는 특화된 명소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항, 경주 등 경북지역의 잊혀가는 주요 근대문화유산을 재조명해 보고 최근 문화재로 등록 고시된 영주 근대역사문화거리의 주요 근대문화유산을 살펴본다.





2015년 3월 KTX 포항역 이전으로 폐역된 후 철거된 구 포항역사. 철로 자리가 그대로 남아있다..


△구 포항역

포항역은 동해남부선의 종착역으로 1918년 11월 1일 포항-하양 간 협궤선이 개통돼 보통 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45년 7월 10일 역사를 신축했고, 1961년 11월 20일 역사를 수리했다.

포항역은 동쪽 광장을 향해 동해로 배치된 T자형의 목골 철망 모르타르조 단층건물로 지붕은 맞배지붕에 기와를 이었다.

정면 중앙부에 돌출된 현관을 두고 현관 뒤로는 맞이 방을 중심으로 우측으로는 화장실, 좌측으로는 매표소가 있었다.

2015년 3월 KTX 포항역 이전으로 폐역이 된 후 철거됐다.



문화재청의 근대문화유산목록화 조사에서 포항의 근대문화유산으로 조사된 1920년대 일본식 목조집인 최우영 가옥. 현재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포항시는 2008년, 2013년 두 차례 등록문화재 지정을 신청했지만, 모두 보류 됐으며, 더이상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구룡포 근대역사관(포항 구룡포 가옥)

1920년대 가가와현에서 온 하시모토 젠기치가 살림집으로 지은 2층 일본식 목조가옥이다.

하시모토 일가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오랫동안 한국인이 거주했으나, 2010년 포항시에서 매입해 현재 복원 공사를 마무리하고 ‘구룡포 근대역사관’으로 개관했다.

건물 내부의 부츠단, 고다츠, 란마, 후스마, 도코바시라 등이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잘 남아 있으며 일본식 건물의 특징을 잘 갖추고 있다.



1936년 지어진 경주역
△경주역

경주역은 1918년 11월 1일 보통 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1974년 4월 1일 새마을호(서울-경주)가 개통돼 천 년 관광도시 경주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본 역사는 1927년에 지은 한옥형 역사를 철거하고 1936년 12월 1일에 현 건물을 신축한 것이다.

특히 현관 지붕은 평지붕으로 처마 양단부를 살짝 올린 곡선형인데 마치 석탑의 옥개석처럼 꾸몄다.

본관 지붕은 우진각에 정면의 현관 상부 지붕만 한단 더 높여 마치 솟을지붕과 비슷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경주 제일여인숙

제일여인숙은 경주역 동쪽 도로에 접한 대지 서쪽에 정문을 두고 건물을 L자형으로 배치한 일본식 목조 2층 집이다. 지붕은 우진각지붕에 일식 기와를 이었다.

1층 서쪽에 7칸, 측면 1칸 규모의 일자형 점포와 대문 좌측 맛자랑 분식 동쪽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일자형 건물이 결합해 전체적으로 L자형을 이루고 있다.

대문 좌측의 서쪽은 맛자랑 분식 점포 뒤에 앞뒤 방 2칸, 2통 칸 방, 앞 열에 부엌과 뒷 열에 방으로 꾸미고 부엌을 제외한 남쪽으로는 툇마루가 있다.

2층은 절곡점에 있는 계단을 중심으로 우측으로는 편복도에 방 6칸을 배치하고 끝단에 화장실을 설치했다. 외관은 목조 평벽으로 모르타르로 마감하고 1층 벽면에 샤시문을 달고 2층에는 미서기창을 설치했다.



△영주 풍국 정미소

근대 산업 시기부터 운영된 정미소로 양곡 가공업의 생성과 양곡 유통에 관련한 역사, 정미소의 건축형식과 설비구조, 도정기기들 외에도 저울(막대 저울, 판수동 저울) 등의 당시의 정미소와 관련된 기구가 있어 양곡 가공과 곡물 유통의 산업사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양곡 가공과 곡물 유통을 주제로 산업문화관, 쌀 카페, 도정 참관과 판매장으로 활용가치가 높다.



△영주 영광 이발관

1930년대부터 광복로 남쪽 도로변에서 ‘국제이발관’이 영업을 시작해 ‘시온 이발관’에 이어 현재 ‘영광이발관’에 이르는 8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0년경 시온 이발관을 인수해 현재까지 영광이발관으로 영업하는 생활역사로서의 이발관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곳이다.

1950년대 근대 산업 시기에 건축된 목조·슬레이트 구조의 건축으로 건축의 완성도는 낮지만, 영주에서 80년의 장인의 이용업 생활사를 보여주는 장소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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