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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트럼프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갈수록 김정은의 목줄을 조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김정은이 지난 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종전선언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당시 김정은은 폼페이오에게 “종전선언의 뜻이 뭐냐? 정치적 의미는 있겠지만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서 조.미 양국의 현재 입장이 바뀌어지는 것은 없지 않으냐.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대북 경제제재 완화”라고 밝힌 것으로 외교 소식통들이 전하고 있다. 지금까지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 리스트 신고 대가로 종전선언을 강하게 원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이 문제에 대해 크게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지난 4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조선노동당 39호실, 고려항공, 대성은행 등 북한의 8개 은행 등 466건의 대북제재 대상으로 북한 내 개인과 기업, 기관을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북한의 목줄을 한 단계 더 조이는 강경책을 내어 놓았다. 미국의 이 조치에 따라 앞으로 한국 등 제3국의 기업과 개인은 김 위원장 등 466건의 북한의 개인 및 기관과 어떤 식으로든 교역 및 거래를 하면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된다. 세컨더리 제재 대상이 되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망에서 퇴출 돼 외환 금융유통이 전면 통제될 뿐만 아니라 파산까지 각오를 해야 한다.

일례로 지난 2005년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던 마카오의 BDA 은행이‘북한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자 세계의 모든 금융기관은 북한과의 자금 거래를 중단했었다. 이때 북한은 ‘피가 얼어붙는 고통’을 당했고 마카오의 BDA 은행도 파산과 함께 은행의 존재 가치도 사라졌다.

지금 북한의 경제 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이례적으로 우리 국책은행과 시중은행 7곳과 전화회의를 열어 엄격한 대북제재 준수를 주문했었다. 미 재무부는 9·19 남북 평양공동선언 발표 직후 우리 은행들과 전화회의를 하면서 “유엔의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길 바란다. 너무 앞서 가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한다. 우리 은행들의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한 명백한 경고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한·미 정부 간 이견은 잇단 불협화음으로 표출되었다. 지난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 해제 검토’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경고까지 있었고 앞서 7월에는 북한산 석탄이 국내 밀반입되는 과정에 국내 은행이 연루됐다는 의혹까지 산 바 있었다. 우리 은행들이 북한과 직접 거래하지 않더라도 북한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자금 거래를 하는 것 자체가 대북제재 위반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의 이런 강경 무드 속에 남북한이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갖고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의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11월 말-12월 초에 갖기로 합의했다. 또 남북은 이달 하순부터 경의선 철도를 시작으로 현지 공동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남북 간 철도 와 도로 연결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촉진하고 교류협력을 증진 시킬 핵심 인프라라는 점에서 언젠가 꼭 필요한 사업이긴 하다. 하지만 문제는 북한 내 전 구간을 현대화하는 사업일 경우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유엔제재의 근간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 된다. 이럴 경우 한·미 정부 간의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이다.

유럽 순방을 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방문하는 곳마다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으나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김정은이 하고 싶은 말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며칠 전 열린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제재 완화”를 제안했다가 “실질적 비핵화가 될 때까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거부 답변이 좋은 사례다. “김정은과의 관계가 환상적”이라며 김정은에게 무한한 ‘립 서비스’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도 “무엇을 얻지 않고는 김정은의 목을 더욱 조이겠다”는 의지 표현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 정부가 깨닫기 바란다.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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