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 병풍 두루고 굽이치는 12폭포 겸재가 반한 절경 금강산 부럽잖네

포항의 내연산은 산림청 100대 명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명산이다. 특히 12개의 폭포가 쏟아지는 계곡을 끼고 있어서 사계절 산행지로 각광 받고 있다. 다양한 산행코스가 있는데 그중 보경사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가장 사랑받고 있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산의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않고 폭포길을 따라 트래킹을 해 폭포길의 중간지점인 연산폭포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한다. 주차장에서 연산폭포까지는 왕복 5km 정도의 거리이고 높낮이가 크지 않아서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산책하듯이 산을 오를 수 있다. 연산폭포 주변의 기암은 전국 어느 산에서도 보기 힘든 절경이다. 게다가 최근 양쪽 절벽 위에 전망대를 만들어서 이 풍경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핫플레이스가 됐다.
보경사 매표소
주차장에 무료로 차를 대고, 상가를 걸어서 보경사 매표소까지 온다. 사찰을 끼고 있는 여느 등산로처럼 이곳에서도 문화재 구역 입장료 명목으로 성인 기준 3500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포항시민의 경우, 신분증을 제시하면 2000원으로 입장을 할 수 있다. 사찰방문이 목적이 아닌 등산이 목적이어도 돈을 내야 해서 논란이 적지 않다.
보경사 입구
입구를 지키는 사찰 측 직원과 등산객들의 실랑이는 흔히 볼 수 있는 이곳의 풍경이다.
보경사 해탈문
어쨌든 입구를 통과해 경내로 진입을 한다. 해탈문을 지나 보경사 경내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이번 트래킹에서 첫 번째로 주목해야 할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하늘을 덮고 있는 금강송들인데. 붉은 몸체가 하늘로 굽이쳐 올라가는 광경은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닮았다. 시원하게 뻗어 올린 이 나무들은 보경사만큼 가치가 있는 명물들이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때 지어진 천년고찰이다. 창건자인 지명법사는 진나라 유학시절 한 도인에게 8면 겨울(보경)을 받았는데, 이 거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입을 막을 수 있고, 장차 삼국을 통일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래서 왕에게 고하고 장소를 물색하다 동해안의 해맞이 고을 영일로 오게 됐다. 그때 하늘을 쳐다보니 오색구름이 굽이치고 있어서 이를 따라갔더니 내연산 계곡에 도착하게 됐다고 한다. 지명법사는 이곳에 8면 보경을 봉안하고 그 위에 절을 세웠는데 이 절이 바로 보경사다.
천왕문 너머로 보이는 오층석탑
이왕 문화재 구역 입장료를 냈으니 보경사에 일단 들어가 보자. 보경사는 오래된 사찰이니만큼 유수한 문화재들이 많다. 대웅전과 적광전 등 지정문화재 건축물들부터 원진국사비와 보경사 부도 등 보물급 문화유산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사찰의 한쪽 구석에 있는 탱자나무도 놓치지 않아야 할 볼거리이다. 작고 볼품없어 보여도 무려 400살 드셨으니 잠시 존경을 표하도록 하자. 실제 탱자나무가 그렇게 오래 살고 있는 사례가 드물다고 한다.
대웅전에서 스님의 설법을 듣는 신도들
보경사 관람을 마치고 보경사 옆으로 난 등산로로 걸어간다. 등산로는 왼쪽에 계곡을 끼고 있으며, 거의 평지로 된 길로 시작이 된다. 연산폭포까지는 고도 차이가 크지 않아서 몇 번의 작은 오르막만 숨을 고르면 무난하게 갈 수 있는 곳이다. 이제 산도 슬슬 가을 냄새가 난다.
가을옷을 입은 산책로
절정은 아직 멀었지만 몇몇 성질 급한 녀석들은 벌써 울긋불긋 홍조를 띄고 있다.

한쪽에는 맑은 계곡 물이 흰 바위 사이로 흐르는 장면이 계속 이어지고, 그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등산로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는 산의 나무들 덕분에 오를 때마다 기분도 감각도 달라진다. 데크가 잘 놓인 평지 길도 있고, 급한 계단 길과 바윗길도 적절히 섞여 있어서 걷기에 지루하거나 심심하지가 않다.
12폭포길 소나무
보경사 계곡에는 12개의 폭포가 있다. 물론 더 많지만 대표적인 폭포를 12개 지정을 한 셈이다. 그중 첫 번째 폭포가 바로 상생폭포다. 때마침 많은 비를 뿌리고 지나간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쏟아지는 쌍폭의 수량이 엄청나다. 제1폭포인 상생폭포를 시작으로 제7폭포 연산폭포까지는 폭포들이 연달아 이어진다. 일반적인 트래킹의 종점인 연산폭포까지는 거리가 왕복 5km 정도 되고, 마지막 폭포인 제12폭포 시명폭포까지는 왕복은 15km 정도 된다. 보통 연산폭포까지만 다녀오는 편인데 조금 욕심을 내어 제8폭포인 은폭포까지는 다녀와 봐도 좋다. 은폭포 역시 볼만한 폭포이고, 그 이후로는 큰 볼거리는 없다.
제1폭포 상생폭포
폭포길을 따라가다 보현암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바로 올해 새로 만들어진 소금강전망대를 가기 위해서다. 편하게 오르던 폭포길을 벗어나 전망대로 가는 길은 다소 경사가 급하다. 하지만 내연산 최고의 절경을 위에서 내려다보기 위해서는 무조건 가야 한다. 전망대는 평평한 U자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마치 스카이워크처럼 공중에 떠 있는 모양인데 흔들리거나 그런 것은 아니어서 스릴이 있거나 무섭지는 않다.
소금강전망대
소금강전망대에 내려서면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맞은편에는 깎아지른 학소대가 서 있고, 그 위에 선일대 정자가 놓여 있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선일대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내연산 계곡이 굽이치며 흐르고 있고, 가장 큰 폭포인 연산폭포가 쏟아지고 있는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내연산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선일대와 소금강전망대를 놓아서 이 내연산 계곡의 절경을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맨눈으로 봐도 그림 같은 이 풍경을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은폭포 앞 물건너기
소금강전망대를 지나 하산을 하면 청하골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면 제8폭포인 은폭포로 이어진다. 다시 내려가려면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보통은 돌다리로 건너는 것이 가능하지만 수량이 많은 날에는 신발과 양말을 벗어 들어야 한다. 다행히 물이 깊거나 유속이 빠르지 않아서 건널만했다.
선일대
계곡을 건너고 물길을 따라 내려오면 선일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인다. 제법 급한 계단을 숨차게 올라가면 소금강전망대 건너편에서 보았던 선일대 정자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풍경 또한 절경이다. 조선 때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재직하던 시절 이곳 내연산에서 생의 역작인 진경산수화를 그렸다. 특히 연산폭포에서 떨어진 물줄기가 관음폭포와 잠룡폭포로 이어지는 3단 폭포의 풍경을 그린 ‘내연삼용추’는 선일대에 올라와서 내려다보며 그렸다고 한다.
최고의 절경 관음폭포
선일대에서 내려온 뒤 다시 계곡을 따라 내려가면 내연산 최고의 절경인 관음폭포 앞에 다다른다. 깎아지른 절벽과 그사이에 떨어지는 폭포, 인공적이지만 그 위를 잇는 구름다리의 조화는 전국 어디 가도 없을 풍경이다. 관음폭포 위를 지나가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내연산 12폭포의 원탑인 연산폭포를 만날 수 있다.
가장 크기가 큰 제7폭포 연산폭포

다소 흔들리는 구름다리를 건너면 수줍은 듯 숨어 있던 연산폭포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연산 12폭포 가운데 7번째 폭포이고 규모로는 내연산에서 가장 큰 폭포이다. 수량이 많아서 굉음을 내면서 떨어지는 폭포 앞에서 방문객들은 저마다 인증샷을 찍기에 바쁘다.

뜨거웠던 여름이 어느덧 지나가고 산에 가기 좋은 계절이 왔다. 선선해진 날씨 덕에 자연의 품에 안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북쪽에서부터 서서히 단풍도 내려오고 있어서 조만간 내연산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수 놓일 것이고 각종 SNS를 알록달록하게 장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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