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올해 9월 현재 일반·휴게 음식점 2912곳 문 닫아

경기 불황으로 인해 대구 수성구 동대구로에 위치한 대어(大魚)초밥이 10월 말까지만 영업을 하고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28년간 대구 수성구에서 대표 일식집으로 꼽혔던 대어초밥이 이번 달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중화요리 전문점 중원도 대어초밥과 함께 시민들의 곁을 떠난다. 중원과 대어초밥을 운영했던 노정섭 사장은 지역 일간지 1면 광고를 통해 그동안 찾아준 손님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대어초밥을 비롯해 수십 년 대구지역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대형 식당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 침체의 여파가 소규모 음식점을 넘어 대형 음식점마저 쓰러지게 하는 것이다. 특히 식당 종업원들이 실직자로 전락하는 등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정섭 대어초밥 사장은 “경기가 너무 좋지 않다”고 폐업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했다. 매월 적자만 2000~3000만 원을 보면서 감당할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노 사장은 크고 작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하게 경기가 하락했다고 돌아봤다. 이후 메르스 사태, 청탁방지법(김영란법) 잇따라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단체손님이 주로 이용하는 대형 음식점은 살아남기 힘든 구조가 됐다.

노 사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탓하지는 않았지만, 기본 인건비 증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규모를 줄여 다른 곳에서 새로 시작하려 해도 권리금이 너무 높아 포기하고 말았다. 1년 동안 쉬면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자신감을 잃었다고 털어놨다. 노 사장은 물론 함께 일했던 종업원 30여 명도 일자리를 잃는다.

노정섭 사장은 “주변 30곳 이상의 음식점이 가게를 내놓고 있다”며 “내년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70~80%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동대구로에서 운영되던 P 한식당도 지난해를 끝으로 폐업했다. 식당 사장은 “오래 해 쉬고 싶었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경기 침체와 인력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들 음식점 이외에도 수년간 장사를 이어왔던 수성구 A물회를 취급하던 음식점도 최근 문을 닫았으며 B 한식당은 늘어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업종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음식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중소 음식점들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수성구의 경우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 폐업신고 건수가 지난 2016년 490곳, 2017년 518곳에 이른다. 올해도 9월까지 478곳이 문을 닫아 2년 연속 500곳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음식점 신규개설은 지난 2016년 349곳, 2017년 516곳으로 폐업 업소보다 적었다. 그나마 올해는 9월까지 499곳으로 신규 업소가 다소 많지만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대구 전체는 올해 9월 현재 1945곳의 일반음식점과 967곳의 휴게 음식점이 폐업하는 등 외식업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식점에서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직업소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추석 이후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고용하겠다는 음식점은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전 하루 100건 정도 일자리가 연결됐다면 추석이 지난 이후 60건이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시지회는 경기침체와 임금 문제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으며 내년에도 인건비가 오르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건비와 함께 배달 앱 등에 들어가는 수수료도 소형 음식점의 경우 무시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서영일 대구시지회 부장은 “폐업이 잇따르면서 고용도 함께 주는 악순환의 연속”이라며 “카드수수료 인하와 같이 배달 앱 등의 수수료 인하 등 구체적인 정책이 없으면 감당하기 힘든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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