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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문학상 수상작] 탑의 공중

신은순

경북일보   |   등록일 2018.10.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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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어귀에 모난 돌 두 개 들고 서니
내가 탑이다, 그림자도 누워 있는 탑이다


생강나무 근처에서 주어온 돌 하나와
내 몸에 이석처럼 박힌 돌 하나와
묻은 흙 털어 낸 근심 하나를 모서리와 모서리 세워두면
아귀다툼 없는 탑이 된다


낯선 바람이 길을 열 때는, 아마도 각이 각을 갉아 먹을 때
둥근 것은 둥근 것끼리 어울리지 않아
죽은 새 몸 파먹는 구더기떼 같을 때
모난 모서리는 빛나는 탑이 되지


굴러온 길 서로 깨물어 주면서 성난 곳에 무성히 키우는 이끼
서로가 서로를 잡아주는 손이 있어
함부로 와르르 무너질 수 없는 결속


왁자한 물의 흔적은 갖지 못했으나, 서로의 각을 좀 더 끼우다 보면
털 빠진 파랑새 울음이 들리고
간밤 차마 놓지 못하던 손이 참 따뜻했다는 것을 알게 되지


탑은 허물어져도 탑의 자리는 탑이다
탑의 허공은 탑이다
깃발이 없어도 탑은 깃발이며
흔들리는 중심에는 언제나 양손에 돌을 든 내가 있다


신은순 제4회 호미문학상 수상자
< 당선 소감문 >

제 글이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심사위원님, 그리고 호미문학상을 준비하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그리운 사람이 정말로 그리운 계절입니다.

저기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은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요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요. …….

이맘때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지금의 제 심정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주어진 삶을 숙명처럼 여기다가 어느 날 문득, 쓸쓸해서 돌아보니주변의 모든 것들에게 소외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로워서 시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시인 박윤배 선생님께서 제 안에 든 시심을 일깨워 격려해주셨습니다. 그로 인해 소박한 언어 하나가 큰 파동을 일으키는 신비한 경험을 한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더는 외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호미문학상을 계기로 ‘시’ 너의 손을 영원히 놓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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