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구에 살면 죽고, 서울에 살면 산다.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의 처지를 이른 말이다. 경북과 대구지역 급성심근경색 환자들이 치료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다니느라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개선될 기미가 없다. 서울 사람의 생명과 지방 사람의 생명이 다르지 않은 ‘국민의 생명’이지만 정부는 의료 양극화 문제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동근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받은 ‘환자 거주지 기준 시군구별 급성심근경색 환자의 응급실 전원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급성심근경색 환자 2만 6430명 중 1222명(4.6%)이 응급실로 실려 온 후 다른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에서는 총 내원 건수 1814건 중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경우가 85건(4.7%)으로 전국 평균을 넘었다. 특히, 문경시의 급성심근경색 환자 전원 조치 비율은 29.1%로 전국 252곳 시군구 중 4위를 기록하며 경북에서 가장 심각했다.

또 경북과 대구의 급성심근경색 골든타임 2시간 초과지역은 각각 79.2%와 75.0%로 전국 평균인 62.7%를 크게 웃돌았다. 경북의 24개 지자체 중 급성심근경색 발병 후 치료 가능한 응급실 도착까지 소요된 시간이 4~6시간인 지역이 5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특히 경북은 노인 인구 비율이 19%로 전국 평균 14% 보다 월등히 높아 급성심근경색 환자 발생 가능성이 높다.

경북은 환자이송체계도 미흡하기 짝이 없다.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중증외상 등 3대 중증환자가 발생하고 그 시점서 응급의료센터까지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240분에 이르는 등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해서 귀중한 생명을 잃고 있다.

경북은 또 치료 가능했던 사망자 인구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서울 강남이 29.6명인데 비해 경북 영양은 107.8명이다. 현재 의료기술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죽음을 피할 수 있었던 사람의 사망률, 즉 치료가능한 사망률(amenable mortality rate)이 경북은 서울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지방에는 변변한 의료체계가 갖춰진 시군이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민들은 가정에 누구라도 한 번 병에 걸리면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살 수 있는 응급 환자나 중한 질병이 걸렸을 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질환자나 어린이 중환자, 산모 등에 대한 의료 서비스는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에 집중돼 있어서 지방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의 경우 살 수 있는 환자들이 억울한 죽음을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는 인구 대비 의사 수가 전국에서 꼴찌인 경북에 의과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등 서울과 지방의 의료 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책을 하루빨리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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