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이 피기를 기대했지만 하루 만에 피는 꽃은 없었다. 성급한 건 나 자신일 뿐, 꽃은 성급하지 않았다. 질서를 아는 꽃이 미워져서 어제 또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을 보기를 기원했지만 하루 만에 민낯을 보여주는 꽃은 없었다. 아쉬운 건 나 자신일 뿐, 꽃은 아쉬울 게 없었다. 섭리를 아는 꽃이 싫어져서 오늘 또 수선화를 심었다. 하루 만에 꽃이 되기를 나는 또 물끄러미 기다리겠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거리에서 꽃은, 너무 멀리 살아 있다.

한 사람을 가슴에 묻었다.
그 사람은 하루 만에 꽃이 되어 돌아왔다.





<감상> 하루 만에 꽃이 피기를 기대하면서 수없이 수선화를 심었다. 꽃을 심는 나만 성급하고 애만 태우고, 꽃은 느긋하고 민낯을 보여주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리고 인내해야 그 사람은 꽃잎을 열어주는가. 아쉬울 게 없는 그 사람을 위해 나는 꽃받침이라도 되고 싶었다. 하지만 꽃받침인지 꽃잎인지 속을 보여주지 않으니 꽃울통만 보이는 게 아닌지. 포기할 수 없는 거리에서 그 사람을 가슴에 묻었을 때 꽃은 피고 내게로 오니 얼마나 슬픈 사랑인가.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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