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교수 국회 토론회서 지적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자치분권종합계획,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 발표 현장
문재인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자치분권종합계획(이하 계획)이 지난 2003년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동안 엄청난 환경변화와 지방분권담론축적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차이가 없는 등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상임의장)는 8일 국회 의원회관 제3간담회실에서 열린 ‘자치분권종합계획,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 발표에서 “전국 시민사회, 학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며 이 같이 비판했다.

이 교수는 “정부 계획은 지방은 국가가 정한 법령에 예속된 집행권만 부여(지방은 중앙의 하부집행기관)했고, 지방 문제를 지방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지방입법권의 분권 계획도 없다”면서 “자치경찰제와 지방교육자치, 소방체제 유지 등은 모두 광역 위주로써 기초경시 분권에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특히 “(문재인 정부가) 주민주권을 얘기하면서 국가 주권적 관점에서 시혜적(은혜를 베푸는)으로 행정권 분산 차원에 그쳤다”며 “주민주권, 지방주권의 관점에서 지방의 결정권 회복이라는 인식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계획의 자치입법권의 경우 조례제정범위를 ‘법령의 범위 내’에서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로 확대했지만 이는 같은 말로서, 지방자치법 제22조 단서(권리제한 등 법률유보) 존치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이 교수는 이와 함께 “주민 발안제나 주민소환제, 감사청구 요건 완화 등도 주민입법권 즉, 지방입법권의 강화가 없어 근본적인 전제조건이 결여됐다” 면서 “주민도 자치도 없는 ‘주민자치회’가 도입됐고, 집행기능 중심의 행정적 지방분권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정분권과 관련해서도 이 교수는 “7대3이나 6대4니 하는 것은 상징성을 빼면 공허한 내용(참여정부재탕)이다. 세입의 국가 의존성이 심화 돼 있고 지방의 세입 자율성 강화조치도 미흡하다”면서 “국세와 지방세 조정에 관한 법률을 폐지하고, 세원을 국가와 지방정부가 공유하는 등 지출이 아니라 재정능력에 따라 교부세를 개편하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지방분권종합계획과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보완돼야 하며 지방주도 지역발전을 위해 자치입법권(정책결정권)을 강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방분권개헌과 법률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주민주권실현을 위한 주민투표법도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이행을 강하게 촉구했다.

박재율 지방분권전국연대 상임공동대표의 사회로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과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유문종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위원, 최현오 전국공무원노조 사무처장, 전상직 한국주민자치중앙회 회장 등이 참석해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종합계획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과 지방분권전국연대, 한국YMCA전국연맹, 경실련,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지역발송협의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망제작소, 한국주민자치중앙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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