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조사, 41.8%가 '트라우마 고위험군'
86% "또 다른 지진공포 느껴"…정부 보상·복구 대책 불만 커
주민신뢰 확보 중요 지적도

포항지진 1주년 포스터
포항시민들은 지난해 11.15 지진 발생 이후 대부분 또 다른 지진에 대한 공포를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진 이후 공적 대응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고 공동체 활성화가 트라우마 극복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원장 송호근)은 13일 오후 4시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포항 지진 1년: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이라는 주제로 연구발표회를 개최했다. 융합문명연구원은 21세기 융합문명시대의 의제를 선점하고 미래사회 대응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지역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발전에 기여하고자 올해 9월 1일 새롭게 만들어진 연구원이다.

이날 연구발표회에는 지진 이후 시민의식에 대한 설문조사결과와 피해집단에 대한 면담조사결과가 발표됐다.

설문조사(조사 대상: 포항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500명,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최대허용 표본오차 ±4.38%포인트) 주요 내용은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있었다(80.0%) △트라우마 고위험군 해당(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가능성 41.8%) △또 다른 지진에 대한 공포를 느낀다(85.8%)△지진의 주원인으로 지열발전소를 지목(72.2%)으로 조사됐다.

박효민 포스텍 객원연구원은 ‘사회조사로 살펴본 포항지진의 트라우마’라는 제목의 발제에서 지진에 대한 포항시민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박 박사는 “지진으로 인한 신체적 피해는 그리 많지 않았으나, 정신적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80%에 이르고 있으며, 응답자의 41.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고위험군으로 나타나, 포항 시민들의 지진 트라우마 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진의 원인에 대해 응답자 중 72.2%가 ‘지열발전소가 원인이었을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38.6%가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진 원인에 대한 공적 기관의 신뢰성 있는 조사와 해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홍 포스텍 교수는 ‘사회적 재난으로서의 포항지진’이라는 제목으로 지진 피해집단에 대한 면담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지진 피해 집중 지역에 대한 정부의 보상 및 복구대책이 합리적 기준 없이 비체계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주민들이 가장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며 “이는 합리성과 투명성 제고를 통해 주민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재난에 대한 공적 기관의 대응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한동대학교 학생들에 대한 면담에서는 공동체의 활성화가 지진 트라우마 극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이와 같은 사적 공동체의 치유 효과는 공적 기관에 대한 피해당사자들의 높은 불만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수능일정 연기로 어려움을 겪은 당시 수험생들에 대한 면담조사에서는 다소 흥미로운 사실이 조사됐다.

수능에 대한 부담이 높은 학생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오히려 지진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가 덜한 경향이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의 지진 트라우마가 매우 높을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과는 상반되는 다소 의외의 결과이다.

이러한 사실은 수능으로 표상되는 경쟁의 압박이 지진보다 더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진이라는 커다란 재난보다도 더 무서운 한국 사회 경쟁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 발표회는 현대사회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난에 대한 시민과 사회의 구체적 대응을 분석함으로써, 재난 피해 당사자의 이해를 조명하고 위험에 대한 사회의 책임과 공공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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