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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벌이고 있는 북한이 서울에서 불과 135k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비밀 미사일 기지 13곳을 계속 운용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2일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북한 내 황해북도 황주군 삭간몰 등 13곳에서 비밀 미사일기지를 운용 중이라고 밝히고 관련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삭간몰의 비밀 미사일기지는 비무장지대(DMZ)와는 불과 85km 떨어진 지점이며 서울과는 135km의 지척간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이번에 공개된 13개 비밀 미사일기지의 존재를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 후 “북한 미사일의 위협이 사라졌다”고 공언하는 바람에 더 이상 공론화시키지 못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은 지금까지 미사일기지가 동창리에만 있는 것으로 선전해 왔으나 이번에 13곳에 비밀 미사일기지가 있는 것이 밝혀짐에 따라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 핵 협상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게 됐다. CSIS측은 드러나지 않은 곳이 더 있을 가능성이 많으며 앞으로 비밀기지들이 속속 드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드러난 삭간몰 비밀 미사일기지에서는 2016년 3월과 7월, 9월에 2~3발의 사거리 500km의 단거리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곳으로 지목되었으나 위성사진으로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유력지 NYT도 보도에서 “이번 인공위성 사진은 북한이 그동안 대규모 기만전술을 펼쳐 왔음을 보여준다”면서 “북한이 일부 미사일 시험장을 해체했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재래식 무기와 핵탄두 미사일 발사 능력을 강화하는 개발을 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이번에 새롭게 확인된 탄도미사일 시험장들은 북한의 대미 미사일 위협이 제거됐다며 이를 자신의 외교적 성과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크게 배치된다”고 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번 북한 미사일기지가 언론에 보도된 것은 미국의 정보당국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기 위해 관련 정보를 언론 등에 흘렸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에 정보가 밝은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그동안 고위급 실무협상을 통해 북·미간에 비핵화 조치 등을 놓고 의견 차를 좁히려고 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 간의 뉴욕회담이 무산되면서 백악관 내부에서 평양을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이번 언론 보도는 그 연장 선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제 북한은 북·미 고위급 회담의 무기 연기로 며칠 전 김정은이 공개석상에서 밝힌 ‘자력갱생’을 주 정책으로 내세워 미국의 경제제재를 버텨 내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북한에서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 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핵과 경제의 병진 노선을 다시 추구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외치고 있다. 3대에 걸쳐 핵 개발에 매달려 온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음을 이번 미국 연구소 측의 비밀 미사일기지 폭로로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됐다.

1990년대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인도와 파키스탄 간 영토분쟁은 양국의 핵 경쟁을 유발시켜 인도는 1997년 5월에 5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다. 2주 뒤 파키스탄도 이틀간에 걸쳐 6차례 핵실험으로 응수했다. 세계가 한 목소리로 양국에 대해 ‘핵을 포기하라’는 압박을 했으나 두 국가는 20년 넘게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온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고 버텨 내었다. 단지 더 이상 추가 실험을 하지 않고 국제 핵확산금지조약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며 시간을 끌어오다 이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됐다. 북한도 두 국가의 모델을 본떠 국제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령의 외곽지 섬 ‘괌’을 목표로 시작하여 미 본토까지 6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벌여 성공 시켰다. 북한은 인도, 파키스탄의 핵 도발→핵실험 중단→핵 협상 등의 과정을 그대로 답습해 왔다. 세계적으로 핵실험을 6번이나 하고 스스로 핵을 포기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을 볼 때 머잖아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의 핵을 이고 사는 날도 멀지 않을 듯이 보인다.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인터넷경북일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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