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농사 부농 꿈 자란다] 경주 내냠면 용장리 상평농원 박익환 농업마이스터

▲ 농업마이스터 박익환씨가 자신의 농원에서 수확한 탐스런 딸기를 자랑하고 있다.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노천 박물관이라 일컫는 국립공원 경주 남산 서쪽 자락에 위치한 내남면 용장리.

형산강 상류에 위치한 이 마을은 평야가 넓고, 토질이 비옥해 일찍이 쌀농사와 함께 시설채소, 원예작물 등으로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국도와 지방도가 지나가는 용장들녘에도 여느 마을 들판처럼 햇볕에 반짝이는 비닐하우스들이 군데군데 보인다.

이 가운데 다른 비닐하우스에 비해 2~3배는 높고 웅장해 보이는 하우스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30여 년째 딸기를 재배하면서 전문농업경영인인 농업마이스터 인증을 받은 박익환(58) 씨가 운영하고 있는 상평농원이다.

1650㎡(약 500평) 규모의 하우스에서는 새콤달콤한 겨울딸기가 탐스런 모습으로 주렁주렁 매달려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적합한 토양에서 농업마이스터 박 씨의 노하우로 재배된 상평농원의 딸기는 당도와 향기, 그리고 식감이 풍부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상평농원’ 연동하우스의 행잉베드 수경재배시설 모습.
딸기 행잉베드 시스템
△‘행잉베드’ 재배로 노동력 절감과 생산성 증대.

박익환 씨가 딸기 재배를 처음 시작한 것은 지난 1986년 군대를 제대하고 부터다.

부모님이 해오던 쌀 위주의 농사는 투입된 노동력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져 미래를 보장할 수 없었다. 어차피 농촌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돈 되는 농사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작물에 비해 시세 변동이 적고, 노동력도 많이 필요치 않은 딸기 재배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열악한 시설의 단동하우스 990㎡(약 300평)에서 토경재배로 시작했다.

하지만 딸기 재배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부지런함으로 현재는 연동하우스 1650㎡를 포함해 총 4620㎡(약 1400평)의 규모 있는 농원으로 발전했다.

그것도 토경이 아닌 모두 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3억5000만 원을 투입해 높이 6m, 길이 70m, 폭 23m 규모에 총 26개의 베드가 들어간 연동하우스를 설치했다.

이곳에는 일반 연동하우스와는 달리 26개 라인의 높이 조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통로에도 베드를 설치할 수 있는 ‘행잉베드’로 꾸미는 등 재배 시스템을 고급화했다.

행인베드 시스템은 작업자의 신장에 따라 베드높이를 조절해 작업함으로써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작업자가 이동할 통로가 필요 없기 때문에 통로에도 베드를 설치할 수 있어 단위 면적 당 정식주수를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당연히 수확량이 크게 늘어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준다.

박익환 씨는 “행인베드 설치로 현재 계획하고 있는 딸기 체험농장을 본격적으로 운영할 경우 기존의 동 단위 딸기 수확체험을 베드 단위 수확체험으로 바꿀 수 있어서 효율적인 체험농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딸기 재배기술을 체험하기 위해 상평농원을 방문한 견학생들이 헹잉베드에서 자라고 있는 싱싱한 딸기를 둘러보고 있다.
△‘농업 마이스터’로 딸기 재배기술 전파 앞장.

박익환 씨의 상평농원 현장 사무실에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수여한 전문농업경영인(농업마이스터) 합격증이 걸려 있다.

농업마이스터는 최신 고급기술과 경영능력을 갖추고 이를 전수할 수 있는 전문농업경영인, 즉 농업의 장인이다.

딸기 분야 농업마이스터인 박 씨는 지난 2015년 이론시험과 역량평가, 그리고 현장실사의 3단계 평가를 통과했다. 자신이 그동안 익힌 딸기 재배기술과 지식 등을 다른 농업경영인과 공유하기 위해서 도전한 것이다. 딸기 분야 농업마이스터는 전국에 9명뿐인 데다 경상북도에서는 박 씨가 유일하다. 그만큼 딸기 재배기술에 있어서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이로 인해 당도, 색깔, 여물기 등에서 최고 우수한 상품으로 인정 받고 있는 박 씨의 딸기는 공판장 경매에서 항상 최고가격에 판매된다.

경주시 딸기 연합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박 씨는 이러한 고급기술을 주변 농업인에게 알리기 위해 바쁜 시간 틈틈이 강의도 다닌다.

대구대학교 딸기 마이스터대 강의는 물론 귀농·귀촌 농업인 대상 멘토링 사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50여 명인 딸기 작목반 회원과도 매월 1차례 모여, 그동안 배우고 익힌 기술을 공유하고 전수하는 시간도 갖는다.

박익환 씨는 농장 이름도 딸기재배 농업인 모두가 서로 항상 높은 데서 함께 농사를 지어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의미로 ‘상평농원’이라 지었다.

경주시 내남면에 위치한 ‘상평농원’의 연동하우스에서 딸기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후계 농업경영인 아들과 함께 6차 산업에 도전.

박 씨가 관리하는 6동의 단동하우스와 최신 설비를 갖춘 연동하우스에서는 최근 제철을 맞아 하루 200kg의 탐스러운 딸기가 출하된다. 이 가운데 20% 정도는 인터넷 및 농장을 직접 찾는 고객에게 판매되고, 나머지는 농협 공판장으로 보내진다.

30여 년간 익힌 고급기술로 재배한 딸기는 경매에서 늘 최고가를 받으면서, 연간 소득도 1억5000만 원이 넘는다.

딸기 재배에 처음 도전했을 때에는 연간 소득이 2천여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고소득을 올리는 부농이 된 것이다.

많은 인원이 땅에 엎드려 힘들게 재배하던 것에서 이제는 수경재배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작업환경도 일반 사무실처럼 깨끗하고 관리하기도 쉬워졌다.

한마디로 딸기재배에 IT가 접목된 기술 집약 시설이 도입되면서, 딸기 농사가 농업인에게는 매력 있는 사업이 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되고 미래가 보장되는 사업이라도 이를 받아 줄 후계자가 없으면 결국 농사를 포기해야 한다.

하루하루 나이 걱정에 노심초사하던 박 씨에게 올 봄 희소식이 전해졌다.

객지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장남 기원(29)씨가 딸기 재배기술을 배우겠다며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천군만마와 같은 큰 힘을 얻은 박 씨는 그동안 배우고 터득한 딸기 재배기술을 남김없이 기원 씨에게 전수해 후계 농업경영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부실했던 SNS를 통한 판매를 확대하고, 가공까지 아우르는 6차 산업으로 농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딸기 수확이 끝나는 내년 6월 중순까지 매일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농원에서 딸기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박 씨지만, 전혀 피곤하지가 않다.

박익환 씨는 “디지털 세대에 적응하지 못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아들이 돌아와 농장 운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면서 “앞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우수한 품질의 상평농원 딸기를 많이 수출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 내남면 용장리에 위치한 딸기재배 농장인 ‘상평농원’ 전경
박익환 농업 마이스터 현판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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