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유통시킬 시설 태부족…산란일자 10자리 표시제 인쇄시스템 교체도 부담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련한 안전 대책이 계란의 안정성 제고는 커녕 양계농민들의 과도한 경영부담을 강요하는 현실성 없는 공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내년에 시행될 예정인 식약처의 계란 산란일자 표시와 선별포장업 허가시설 유통 의무화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성토했다.

식약처는 내년 4월부터 계란 선별포장업 허가 시설을 통한 계란 유통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현재 선별포장업 허가를 받은 계란유통시설은 11개소에 불과한 실정이다. 계란을 유통시킬 곳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경북 영천시에 산란닭 5만수를 기르고 있는 농가의 경우 반경 30km안에 허가 시설을 찾지 못해 계란상인들에게 유통을 맡겨야 하는데 상인들이 물류비를 내세워 계란 값을 후려칠 까봐 걱정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선 농가들이 5억~10억원에 달하는 돈을 들여 자체 계란선별포장시설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계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하루 100만개이상 처리하는 광역형 계란유통센터가 건립돼 자리잡을 때까지 제도 시행을 늦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내년 2월부터 표시 자릿수가 6자리에서 10자리로 늘어나는 산란일자 표시제도 문제다.

난각 인쇄 자릿수가 늘면서 농가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선별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할 판이다.

농민 대다수가 계란을 세로로 세운 상태에서 6자리를 잉크젯으로 인쇄하는 설별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표시 자릿수가 10자리로 늘어나면 계란을 눕혀서 가로로 인쇄하는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식약처는 농축산물 안전성 관리에 대한 부담을 불필요하게 농민들에게 떠넘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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