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붐비는 생선시장 건너편
고양이 울음이
세워진 차바퀴를 굴린다

생선가게주인이 한 팔만 뻗으면 고무통에 던져질
파랗게 질린 눈, 토막 난 피 냄새를 물고 건너려다
놓쳐버린 길바닥을 향해
집요한 긴장을 조이는 어린고양이에겐
생선머리 한토막이
시동 걸리지 않는 4톤 트럭보다 더 무겁다

저 막막하고 아득한 거리
먹이를 붙든 것인지 먹이에 붙들린 것인지

서른두 살 비정규직 남자의 사무실
서랍 안의 사직서 봉투와 불끈 쥔 주먹 사이
그 막막하고 아득한 거리




<감상> 밥벌이를 위해 삶의 현장에 뛰어든 비정규직 사내는 고양이의 울음과 맞닿아 있습니다. 어린 고양이가 지닌 집요한 긴장이나,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사내의 불안이나 모두 먹이에 붙들려 있는 셈입니다. 먹이를 사이에 두고 사투를 벌이는 청춘들을 위해 거대 자본을 가진 자들은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한 팔만 뻗으면 나눠줄 수 있음에도 독식하려 하니, 젊은이들이 파랗게 질려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네 아들딸들의 일이니 눈물겹습니다. 먹이와 젊은이 사이, 하염없는 사직서와 불끈 쥔 주먹 사이, 너무나 막막하여 아득하기만 합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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