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모터스, 끊임없는 연구투자·기술 개발 통해 미래車 시장 선점

장국환 삼보모터스 사업총괄사장이 서울에 기술연구소를 만들어 직접 개발한 음주운전 방지용 알코올 인터락 장치를 시연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의 수출과 내수 부진으로 직격탄을 맞은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라는 악재 때문에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여있다. 최저임금을 줘야 하는 기준시간이 현행 월 174시간에서 주휴 시간을 포함한 209시간으로 불어나면 부담이 덧씌워질 전망이다. 지역의 한 업체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독과점 상태로 국내 자동차시장 포화 상태이고, 차량 가격도 비합리적인데 다 해외 수주를 위한 설비 투자비 부담 등 삼중고에 시달린다”며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외에도 정부의 R&D 사업 지원을 전통 자동차산업과 기존 뿌리 산업으로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자동차부품업체들을 위해 정부가 유동성 지원 3조5천억 원을 비롯한 자동차부품산업 활성화 방안까지 내놨다. 유동성 확보 보조로 주요 자동차부품업체들의 단기적인 차입금 상환 부담은 완화될 수 있으나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은 고객사 다변화를 비롯해 자체적인 생산성 개선을 통한 효율 제고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매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기존 내연기관에 쓰이는 부품을 넘어서서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형 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신기술을 꾸준히 연구해 개발하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형 자동차 영역에까지 선도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삼보모터스(주)의 노력을 통해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 신기술과 스마트 팩토리로 무장
장국환 삼보모터스 사업총괄사장이 자동차 엔진 파이프 공정을 수행하고 있는 세천공장의 생산라인 로봇의 상태를 보여주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1977년 ‘삼협산업’이란 이름으로 자동차산업에 발을 들인 이후 1994년 국내 최초로 자동변속기부품 국산화 개발에 성공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부품 시장에 진입한 삼보모터스. 본사를 중심으로 국내 6개 법인과 해외 5개 법인, 4개 해외 지사 규모로 성장했다.

현대·기아차, 현대 위니아, GM, 쉐보레, 크라이슬러, 닛산 계열사 자네코, 상하이기차공업총공사 등의 고객사에 미션 시스템을 비롯해 엔진·연료시스템의 핵심 부품과 내·외장 플라스틱 사출, 전기차용 감속기 등을 주력으로 생산해 납품하면서 2017년 1조4000억 원의 매출에 이어 2018년 1조500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쌓았다. 장국환 삼보모터스 사업총괄사장은 “다행히도 2018년 한 해 현금 유동성 문제 등 큰 재정적 어려움은 없었지만, 수익성 약화 등 내부적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원가절감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2·3차 협력업체의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과 물품대 조기 지급, 개발 투자비 선지급 제도 도입 등 상생협력을 위한 실천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국환 삼보모터스 사업총괄사장이 자동차 엔진 파이프 공정을 수행하고 있는 세천공장의 생산라인 로봇의 상태를 보여주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대기업 못잖은 수준의 삼보모터스의 저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에 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세천리 성서5차첨단일반산업단지에 자리 잡은 삼보모터스 세천공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음주운전 방지용 알코올 인터락 장치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차량에 등록된 운전자의 얼굴을 먼저 인식하고, 음주측정기를 통해 술을 마셨는지 감지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시스템이다. 삼보모터스가 서울에 연구소를 설립해 2012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 과제로 연구개발을 시작한 이 장치는 국토교통부가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어 조만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엔진과 배터리 등 차량의 상태와 조작, 거동 정보를 수집해 무선 전송 기술을 바탕으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에 전송해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신개념 자동차 관리 툴도 개발했다. 에어백이 터진 이후에도 운전자의 이동이 없을 경우 부착된 레이더를 통해 긴급하게 119로 차량의 위치를 보내는 기능도 포함돼 있다.

삼보모터스의 신기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엔진에서 폭발된 이후 발생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인 EGR 쿨러 모듈도 만들어내고 있다. 엔진에서 연료가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그을음을 축적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술을 반영했다. 독일 자동차회사 BMW가 EGR 설계 불량으로 과징금 처분과 형사고발 당하기도 했다.

생산 측면에서도 정보화·첨단화가 엿보였다. 중국과 체코 등지에 흩어져 있는 생산공정을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황실이 구축돼 있고, 제품 생산 현황과 불량률, 매출 실적까지 실시간으로 눈 앞에 펼쳐졌다. 엔진 파이프 등을 생산하는 공장 내부에서는 공정별로 로봇의 생산성과 에러 등을 곧바로 집계하고 진단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돼 있었다. 단순한 제조업체에서 보이는 모습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장국환 사업총괄사장은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의 하나로 스마트 팩토리를 꼽을 수 있다”라면서 “2019년에는 제품 생산과정에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해 생산성, 품질,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무인화·자동화·지능형 생산공장인 인더스트리 4.0을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재술 종합관리실장은 “기존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는 입장에서 현재와 미래 생존을 위해 기존 아이템의 고도화와 더불어 최신 트렌드에 맞는 아이템 개발을 위한 R&D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며 “중고차 수출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동남아 시장은 향후 10년 정도 내연기관 부품의 시장성이 있어서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하고 있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국의 경제 성장과 그에 따른 자동차부품 시장 규모 확대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 향후 신시장 진입과 신 고객 발굴의 거점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 미래는 ‘미래형 자동차’
장국환 삼보모터스 사업총괄사장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용 구동모터 감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장국환 사업총괄사장은 “엔진과 동력전달장치로 구성되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필요한 부품을 꾸준히 생산하면서 끊임없이 연구개발에 힘을 쏟았다”며 “사업 다각화를 위해 기존 사업 외에도 튜닝 사업과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자율형 자동차 부품이라는 새로운 시장 진입에도 성공해 다양한 판로개척을 이뤄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사장의 말대로 삼보모터스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 자율형 자동차 영역 모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전기차용 구동모터 감속기다. 전기차의 구동을 위해서는 모터와 인버터, 감속기가 필요한데, 배터리로부터 전기가 인버터를 통해 구동모터로 유입되면 구동모터가 회전하며 발생한 운동에너지를 감속기를 통해 바퀴로 전달해 앞으로 나아간다. 삼보모터스는 전기차용 감속기를 개발해 상하이기차공업총공사의 승합용 전기차 EV80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 1단 기어를 고단으로 높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장국환 삼보모터스 사업총괄사장이 자율형 주행차에 필요한 스마트 콘트롤 크루즈(SCC) 커버 핵심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박영제 기자.
수소차에 쓰이는 연료전지 금속분리판 표면 코팅 원천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산소와 수소가 결합하면서 엄청난 융합반응열이 발생하는데, 삼보모터스의 해당 기술이 이 융합을 더 빠른 시간에 이뤄지도록 만들어준다. 자율형 주행차에 필요한 스마트 콘트롤 크루즈(SCC) 커버도 눈에 띈다. 차량 전방에 장착된 레이더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 상대속도를 측정해 차량간격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주행장치다.

장 사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야 말로 기업의 영속성 확보에 큰 열쇠”라면서 “현재의 시장과 고객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기술과 새장과 새로운 판로개척 강화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핵심 키워드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앞으로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하면 자동차 또한 개인이 아닌 공유와 공동 운송수단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 중심이 미래형 자동차가 될 것”이라면서 “부품업계의 경계를 단순한 제품 개발과 생산이 아닌 IT, 서비스 산업과 연계 등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부가 3조 5000억 원을 투입해 위기의 자동차부품 업계의 유동성 확보를 돕겠다고 했지만, 최악의 경영난 속에서 뒤늦게 나온 고육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보모터스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다가올 미래차 시장에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각오를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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