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혼돈이 있었다. 알과 같은 형태의 혼돈 속에서 반고가 생명을 받아 태어났다. 1만8000년 만에 알에서 깨 나온 반고는 하늘과 땅을 가르고 계속 떠 있게 했다. 반고는 날마다 키가 한 길(2.25m) 자라 하늘은 한 길 높아졌고 땅은 한 길 낮아졌다. 반고의 숨결은 바람과 구름이 됐다. 다시 1만8000년이 흘러 하늘과 땅은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반고는 비로소 죽음을 맞았다.”

‘동양의 창세기’로 불리는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 서정이 쓴 ‘삼오역기’의 ‘반고신화(盤古神話)’ 줄거리다. 중국인의 우주관을 담고 있는 이 반고신화는 명나라 오승은이 소설 ‘서유기’에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서유기 주인공 손오공은 옥황상제가 사는 ‘천상의 궁전’에서 소란을 피운 죄로 500년 동안 오행산에 깔렸다가 삼장법사의 첫 제자가 된다.

중국은 지난 2011년 2020년까지 무게 60t의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겠다며 ‘텐궁(天宮) 1호’를 쏘아 올렸다. 이 ‘텐궁 프로젝트’의 이름도 반고신화를 모티브로 한 서유기의 ‘하늘 궁전’에서 따 왔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지난 2013년 세계 세 번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당시 달 탐사 위성 이름은 ‘창어(嫦娥·항아) 3호’였다. 이 위성에 실어 보낸 탐사차량의 이름은 ‘위투(玉兎·옥토)’였다. ‘창어’는 우리가 ‘항아’라 부르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 이다. 옥토끼는 항아가 품에 안고 있는 토끼로 우리의 전설에도 달에서 방아를 찢는다는 그 ‘옥토끼’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쏘아 올린 우주 암흑물질 미립자 탐측 인공위성 이름을 ‘우쿵(悟空)’이라 했다. 우쿵은 ‘우주공간을 안다’는 의미지만 이 또한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에서 따왔다.

지난 3일,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에 착륙했다. 달의 뒷면은 미국이나 러시아도 우주선을 보내지 못한 미지의 장소다. 지구와 직접 통신할 수 없어 착륙 불가능 지역으로 여겨지던 곳이다. 중국이 이런 난관을 뚫고 정확히 탐사선을 착륙시켰다. 우주과학계는 물론 전 세계가 ‘스푸트니크 쇼크’에 버금가는 ‘창어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신화를 착착 현실화 해 가는 중국의 ‘우주 굴기’가 놀랍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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