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성리학 근간이 태동된 곳…영남사림 마음의 고향

금오서원 전경
금오서원(경상북도 기념물 60호·경북 구미시 선산읍)은 인종 원년(1545년)에 송정 최응용, 구암 김취문 두 분이 야은 길재 선생을 봉안하기 위한 서원 건립을 주창, 선조 3년인 1570년에 금오산 자락의 야은 선생 학당 부근에 건립, 선산고을 유림들이 사액을 요청해 5년 후 선조 8년(1575년)에 사액되었다.

창건 후 17년이 지난 임진왜란(1592년) 당시에 이 지역 의병들이 금오서원을 근거지로 작전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군량미를 저장하기도 했으며 은신처 등으로 이용하는 등 사령부 역할을 하자 왜군들에 의해 소실되었다.

그 후 선조 35년(1602년)에 김 용 선산도호부사가 안강 노씨 문중의 소유지인 선산읍 남산 아래 서원의 터를 얻어 이전 중창했다.

중창 후 금오서원은 야은 선생을 비롯해 점필재 김종직, 신당 정붕, 송당 박영을 추가로 이어 인조 20년인 1642년에 여헌 장현광 선생을 추가로 배향, 5현을 400여 년 동안 지역 사림들이 해마다 제향을 올리며 유생들이 학문을 강론하는 영남의 대표적인 서원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종 5년인 1867년에 이르러 서원 철폐령이 내려져 전국의 많은 서원이 훼철됐고 사십칠개 서원만이 존치하게 됐는데 그 가운데 금오서원은 존치하게 됐음은 이 서원의 위상을 미뤄 짐작 할 수 있다.

△금오서원 학맥도.
무술년(2018년) 정일례 봉행
야은 선생은 충신과 효자로 인물평을 받는 것이 절대적이지만 충신으로도 가장 많이 회자된다.

하지만 야은 선생은 처음에는 충절이란 시호를 받았으나 나중에 문절이란 시호로 바꾸어진 것으로 보아 충보다는 문에 더 치중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16세기 중반 이후 확립된 조선 성리학의 도통은 흔히 정몽주, 길재, 김숙자, 김종직, 김굉필, 조광조, 이언적, 이황으로 연결된다.

이 가운데 길재 선생으로부터 김굉필에 이르는 4대의 선비들이 모두 선산지역과 직간접으로 연결을 맺고 있어 조선 성리학 발전에 야은 선생의 문하가 토대를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현묘 춘계향사.
야은 선생은 절의 뿐만 아니라 학문도 깊어 문하에 강호 김숙자, 율정 박서생, 대사성을 지낸 노호 등이 수학했고 강호의 아들 점필재 종직의 문하에 한훤당 김굉필, 탁영 김일손, 동계 권달수, 남계 표연말, 일두 정여창, 매계 조위, 이성 노종선 등이 있으며 한훤당의 문하에 영남사림파로는 신당 정붕, 송당 박영이, 기호사림파로는 정암 조광조, 충암 김정 등이 있으며 송당의 문하에는 진락당 김취성, 구암 김취문, 용암 박운, 송암 노수함 등이 있고 송암의 문하에 여헌 장현광은 영남학파 학맥도에서 가장 정점에 계시는 분으로 영남학파의 유종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오서원 구조
정학당
경내 건물로는 상현묘, 정학당, 동재, 서재, 읍청루, 고직사 등이 전학후묘의 형식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사당인 상현묘는 정면 3칸 측면 3칸의 단층 맞배지붕 건물로 처마는 겹처마이고 5량 형식의 가구구조로 전면의 공포 부분은 출목이 있는 익공형식으로 되어 있다.

전면 3칸에는 매 칸마다 2짝씩의 널문을 설치했으며 기단은 자연석으로 마감하고 양단부에 계단을 설치했다.

강당인 정학당은 중앙의 3칸 마루와 양쪽 협실로 되어 있는데 원내의 여러 행사와 유림의 회합 및 강론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단층 맞배지붕 건물로 겹처마로 되어 있으며 5량 형식의 가구구조이다.

양 협실의 전면으로는 튓마루를 두었으며 대청 후면 3칸에 영쌍창이 설치되어 옛 형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
금오서원 읍청루
정학당과 더불어 강학 공간을 이루고 있는 동재와 서재는 모두 3량 구조로 간결한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동재는 3칸 모두 온돌방으로 꾸미고 서재는 2칸의 온돌과 1칸의 마루로 구성되어 있다.

서원의 진입공간으로 사용되는 문루인 읍청루는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팔작지붕의 건물로 처마는 겹처마로 되어 있다.

누하에 출입문을 설치했고 누상에는 서원쪽을 개방하고 외부는 창을 두어 반 개방적 성격의 공간을 구성했다.

경내에는 시판, 기판이 있으며 서원 중수 당시 부사였던 김용의 업적을 기린 공적비 1기가 있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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