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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신년 초부터 세상이 어수선하고 어지럽다. 국민은 새해에는 사회의 분위기와 살림살이가 좀 나아질까 하고 기대를 했으나 역시나 역사의 수레바퀴는 요란스런 잡음만 내고 제대로 굴러가질 않는 모양새다.

4차원 첨단과학 시대에 중국의 무인우주선이 세계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 표면 사진을 지구로 보내오는 등 첨단과학의 요체를 세계 과학계에 보여주고 있는 마당에 정부의 유력 위원회인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의 유홍준 위원장(명지대 석좌교수)은 지난 4일 대통령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공약의 무산을 발표하면서 뜬금없는 ‘청와대 풍수설’을 내어 놓았다. 그는 이 자리서 “풍수지리상 우선적으로 대통령 관저를 먼저 이전해야 한다”면서“관저가 갖고 있는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할 때 이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치 조선조 태조가 왕궁터를 잡을 때 고려 초 도선도사의 비기설(秘記說)같은 이야깃거리를 공식적인 기자회견장에서 밝혀 세간의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여기다 일개 30대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2017년 9월 50만 병력을 지휘 통솔하는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휴일 카페로 불러내 군 인사 문제를 논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것도 현 정부 출범 두 달 전에 변호사가 되었고 변호사 된 지 두 달 만에 청와대 행정관(5급)이 되었다고 한다. 경력이 이렇게 일천한 행정관이 육군의 군정권(軍政權)을 갖고 50만 병력을 지휘하는 육군 수장을 불러내자 육군 수장인 육참총장이 달려왔다는 것도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일이 우습게 꼬여가자 국방부가 “육참총장이 먼저 청와대에서 만나자”고 제의했다고 해명을 하고 나섰다. 누가 먼저 만나자고 했건 육참총장과 5급 행정관이 사석에서 만났다는 것 자체가 격이 맞지 않은 것이다. 국기 문란이 어디까지 갈지 나라 꼴이 말이 아닌 지경에 놓였다.

경제는 최저임금문제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을 치고 여기다 대한민국의 수출을 전담하다시피 하며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떨어져 증시가 곤두박질하고 경제계가 요동을 치는 등 어느 하나 기대를 할 수 있는 분야가 없어 보인다. 오늘 대한민국 사법사상 초유로 직전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소환돼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오늘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피의자로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세울 계획이고 제3차장검사가 직접 수사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전직 대법관 2명도 검찰에 2차례 소환돼 양 전 대법원장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적폐라는 프레임을 내걸고 3년째 전 정권에 속한 고위급 인사들을 한 사람도 법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단죄를 하려 했다. 이로 인해 2명의 전직 대통령과 수하의 많은 사람이 감옥생활을 하고 있고 일부 인사는 자살을 선택하든가 아니면 해외로 나가 돌아오질 않고 있다. 이 시대의 상황이 마치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에 일어난 기축옥사(己丑獄死)를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나돌고 있다. 기축옥사는 정철이 주도한 서인(西人)에 의해 동인(東人) 선비 1천 여명이 죽임을 당한 참혹한 사화로 기록되고 있다. 이때 유일하게 생명을 부지한 동인의 인물은 유성룡과 이산해 정도였다.

대외관계에서도 미국, 중국, 일본과의 외교관계도 불편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와중에 조성길 북한 주(駐)이탈리아 대사대리가 망명해 2개월째 망명처를 구하지 못하고 이탈리아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처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도 김정은과의 2차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칫 판이 깨어질까 봐 조 대사대리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목숨을 걸고 북을 벗어났는데도 믿었던 나라들이 김정은의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돌리는 형국이라 고립무원 상태인 조 대사대리의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새끼줄처럼 꼬여가는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지금이라도 청와대 사무실마다 걸어두었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남에게는 봄바람처럼, 나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행하라)의 글 뜻대로 만이라도 실천을 하길 바란다.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김선동 kingofsun@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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