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깨어 눈뜨면 문득 사는 것이 지랄 같다
가슴 밑바닥 치고 올라오는 허기 목울대를 때리고
눈부신 꽃대 밀어 올리던 봄날 흔적 없다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하늘까지 넝쿨 뻗던,
푸른 적의 무성한 여름도 가버렸다 찬란한
단풍의 호시절 손 한번 잡아주지 못했다
평생 몸 누일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아비
죽어서도 곁방살이 떠돈다는 풍문이다 날이 새면
집 지으리라 다짐한다는 히말라야 전설 속
어리석은 새처럼 노숙의 한평생 낙엽으로
발에 차인다 당겨 쓴 카드빚과 마이너스 통장의
막막함이 목줄을 당기고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세금 고지서 꽉 막힌 벽이 되어 막아서는
비상구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뿔뿔이 흩어진
황금빛 날들 기억도 희미한 채 녹슬어가고
먹구름의 공습 시작된다 컨테이너 박스가
철거되고 곧 혹독한 유형의 겨울이 올 것이다





<감상> 이렇게 삶이 비루하고 지랄 같을 수가 있을까요. 화려했던 날들은 모두 지나고 아름다운 계절을 느낄 수조차 없으니 말입니다. 위로는 아버지의 가난을 물려받고, 아래로는 자식들 키우느라 혹독한 유형(流刑)의 겨울을 맞이하고 맙니다. 보이지 않는 목줄에 매여 있어 도무지 풀 수가 없습니다. 앞이 보일 것 같지 않은 나날을 견디다 보면 만성(慢性)이 되고 맙니다. 만성이 되면 시련도 귀찮은지 물러나더군요. 언젠가 찬란하지는 못해도 호시절이 올 것입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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