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3월 31일까지 2층 4전시실

봉산문화회관기획 2019 기억공작소Ⅰ 김성룡 展이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서 17일부터 3월 31일까지 열린다. 작가와의 만남은 17일 오후 6시에 갖는다.

‘기억공작소(記憶工作所) A spot of recollections’는 예술을 통해 무수한 ‘생’의 사건이 축적된 현재, 이곳의 가치를 기억하고 공작하려는 실천의 자리이며, 상상과 그 재생을 통해 예술의 미래 정서를 주목하려는 미술가의 시도이다.

예술이 한 인간의 삶과 동화돼 생명의 생생한 가치를 노래하는 것이라면, 예술은 또한 그 기억의 보고(寶庫)이며, 지속적으로 그 기억을 새롭게 공작하는 실천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예술은 자신이 탄생한 환경의 오래된 가치를 근원적으로 기억하게 되고 그 재생과 공작의 실천을 통해 환경으로서 다시 기억하게 한다. 예술은 생의 사건을 가치 있게 살려 내려는 기억공작소이다.

그러니 멈추어 돌이켜보고 기억하라! 둘러앉아 함께 생각을 모아라.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금껏 우리 자신들에 대해 가졌던 전망 중에서 가장 거창한 전망의 가장 위대한 해석과 그 또 다른 가능성의 기억을 공작하라!

그러고 나서, 그런 전망을 단단하게 붙잡아 줄 가치와 개념들을 잡아서 그것들을 미래의 기억을 위해 제시할 것이다. 기억공작소는 창조와 환경적 특수성의 발견, 그리고 그것의 소통, 미래가 곧 현재로 바뀌고 다시 기억으로 남을 다른 역사를 공작한다.

△흔적-비실체성

예사롭지 않다. 전시장 입구의 천장 높이 벽면에 걸린 어두운 색 부엉이 그림 ‘새벽’이 그렇고, 조금 더 안쪽의 정면 높은 벽에 걸린 3점의 그림, 날렵한 날개와 날카로운 부리를 가진 매를 품으며 꿈틀거리는 나무와 숲과 바다를 그린 ‘새벽’, ‘바농오름-깊은 잠’, ‘공의 뜰’이 그렇다.

그 좌측 벽면에는 숲의 정령이 흰 비둘기를 안고 왼손을 쳐들어 주문을 외는 그림 ‘숲의 사람’이,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해골무늬 표피의 표범이 석류나무가지 위를 걷고 있는 그림 ‘섯알오름’과 그 좌측으로는 발기한 고흐가 해골을 품은 숲을 바라보고 있는 ‘반 고흐의 숲 2’가 그렇다.

그 아래에는 섬세하고 연약한 감수성의 ‘소년’ 그림이, 그 우측에는 발광하는 노랑 빛을 배경으로 몸속의 혈관이 나뭇가지처럼 뻗어 숲으로 확장하는 듯한 ‘반 고흐의 숲’이 그렇다.

여느 그림과는 아주 다른 그림들이다. 심미적 재현이기 보다는 몽환처럼 초현실적인 심상의 사실적인 서사를 떠올릴만한 비실체성의 생생한 흔적으로서 회화이며, 이 회화들은 비실체성, 정령(精靈), 기운 등을 온몸으로 전율하게 하는 구조로서 김성룡이 생각하는 리얼리즘 혹은 초이성적 경계를 넘나드는 동시대미술이다.

김성룡은 필기구인 유성 볼펜을 이용해 형상 이미지를 집요하고 정밀하게 그려온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몇몇 알려진 평문을 통해 작가의 독자적인 시각과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숲의 기묘한 징후들을 감성과 이성으로, 다시 초이성적으로 드러내려는 이번 전시, ‘흔적-비실체성’에서 김성룡의 미술행위는 공간의 틈새마다 느껴지는 푸른 공기의 흐름처럼 작가의 시선 속에 포착되어진 역사적, 신화적, 현재적으로 감도는 정령의 숨결 같은 대상들과의 조우로서 작동한다.

또한 김성룡의 숲은 자연과 이어지고 자연과 통하게 하는 비실체성으로의 통로이며, 인간의 초월적 영역에 관한 경외심의 또 다른 흔적이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한 점의 그림은 그저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자의 내부 속에서 들어간 채, 그 보는 자와 함께 하는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김성룡의 숲은 숲을 보는 자, 즉 관객에게 이미 체화해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초이성적이고 몽환적인 회화들로 인한 사실적인 시각체험을 통해, 상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관객 스스로 이미지에 대한 감수성과 의미와 힘을 발굴해내는 새로운 리얼리즘의 기억공작소를 경험함으로써 예술에 관한 우리 자신의 태도를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봉산 김성룡 반고흐의 숲
봉산 김성룡 반고흐의 숲2.
봉산 김성룡 바농오름 깊은잠.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김성룡 작품들.
봉산문화회관 2층 4전시실에 전시되어 있는 김성룡 작품들.
봉산 김성룡.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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