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선진지 견학 떠나며 신원 미상 여성들 동행
2년간 조합원으로 가장해 식사·음주에 노래방까지
과다 사용한 비용 맞추려 지출결의서 조작 의혹도

상주원협 공판장 곳곳에 내걸린 현수막
상주 원예농협(조합장 김운용)이 국내 선진지 견학을 떠나면서 신원 미상의 여성(일명 묻지 마 관광)들과 함께 동행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말썽이 되고 있다.

특히 상주원협은 이들과의 동행을 은폐하고 과다 사용한 비용을 맞추기 위해 지출결의서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상주 원협 조합장과 임원 등 10여 명은 지난 2016년과 2017년 부산과 포항 일원으로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따른 신용사업에 대한 위기 극복 방안과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우수 농협 벤치마킹 및 임원 단합대회’라는 주제의 선진지 견학을 실시했다.

그러나 2년에 걸친 선진지 견학은 조합장을 포함한 임원들만 간 것이 아니라 조합 모 이사가 앞장서 2016년에는 대구, 2017년에는 구미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10여 명을 태워 함께 다녀온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들은 당일 오전부터 일정이 마무리된 오후까지 횟집 등에서 임원들과 함께 식사와 음주를 하고 노래방까지 함께 동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15년까지 시행되던 선진지 견학에는 원협 총무과 직원들이 동행해 비용을 지출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2016년과 2017년에는 총무과 직원들이 배제됐다.

신원 미상의 여성들과 동행한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이 같은 일탈은 지난해 중반부터 견학을 다녀온 임원들의 입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해 11월 열린 총회에서 이 문제가 공식 거론되며 경비 사용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됐다.

모 이사는 총회에서 “관광버스 기사가 예기해 비용은 자신들이 10만 원씩 거둬 지출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항의가 거듭되고 공판장 전체에 ‘조합장 물러나라’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등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내홍이 심해지자 지난 14일 개최된 ‘임원과 노조와의 대화’에서 이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사실을 무마하고 덮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지금은 모두가 사퇴하겠다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서류에는 당시 여성들이 아닌 조합원 20~30명을 데리고 선진지 견학을 다녀온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는데 이 부문은 명백히 사문서 위조”라고 지적했다.

K모 조합원은 “이 같은 행위를 감시해야 할 임원(감사) 역시 당시 이들과 동행해 ‘선진지 견학 지출에 대한 감사 결과 지출 경비는 정당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분개했다.

시민들은 “예천군 의회가 실시한 선진지 견학이 외유 추태로 번져 전국적으로 지탄받고 있는데 우리 시에서 먼저 이런 일이 있었단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임원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에 대해 김 조합장은 “처음부터 이러한 형태의 선진지 견학인 줄 몰라 시행했고 지출 결의서는 모 이사가 그렇게 해 내용조차 잘 모르고 있었으며 14일 노조와의 대화에서 거론된 문제점 또한 아직 보고를 받지 못해 뭐라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성대 기자
김성대 기자 sdkim@kyongbuk.com

상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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