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외교사서 이례적 사건…"북미, 채널 본격 가동으로 달라진 입장 기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연합
대미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7일 미국의 정치·외교의 심장부인 워싱턴으로 직행해 주목된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직행은 가까운 시일 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하는 북미 정상의 두 번째 ‘핵 담판’ 준비를 위한 행보로, 지난해 5월 말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방미할 때 뉴욕을 거쳐 갔던 것과 비교된다.

또 지난 2000년 조명록 당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이 미국을 방문할 때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서 워싱턴에 입성했다.

따라서 이번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 직행은 북미 외교사에서 이례적인 사건인 셈이다.

북한 고위간부의 워싱턴 직행은 미국 행정부의 결심이 없으면 성사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정치적 결정 배경에 눈길이 간다.

특히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 국면이 길어지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북핵 해결’에 대한 회의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으로 직행한다는 것은 2차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번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직행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6·12 북미 공동성명의 원칙적 합의를 뛰어넘어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관계 진전에 대해 더 명확한 성과를 이뤄내려는 양국 최고지도자의 결심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맥락에서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으로 알려진 김영철 부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과 합의 도출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을 밝힐지 관심을 끈다.

미국이 북측의 제재 완화 요구에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서 일부 최소한의 양보 태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북한 역시 비록 이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측이 핵실험장과 영변 핵시설의 폐기와 검증 등 일련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미국의 호응을 끌어내지 못한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결심하고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조치를 결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후원국 역할을 기대했던 중국마저 무역 전쟁 등 미국과 갈등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북미 협상 진전의 묘책은 결국 김 위원장의 결단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중 정상이 작년 회동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해 ‘100% 협력’을 합의했다는 것은 사실상 대북제재에서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김영철 부위원장의 워싱턴행에서 그동안 미국의 제재 완화가 없이는 미국의 비핵화 구체적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진일보한 양보적 입장을 밝힐지에 기대가 모인다.

전직 고위 외교 관료는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 김정일과 달리 암수를 쓰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목표를 향해 정공법으로 나갈 것”이라며 “9월 평양 정상선언에서 영변 폐기 등을 언급한 것은 사실 굉장한 진전이었지만, 미국의 호응을 끌어내는 데는 부족했던 만큼 김 위원장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결심하고 뭔가 한 발 더 나가겠다는 결정을 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 벽두 신년사와 첫 외교 행보인 방중 및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되어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의 성공적 진전을 전제로 한 2차 정상회담에 기대를 드러냈다.

그는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서도 이런 입장을 거듭 밝히며 “유관국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중시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한반도 문제의 전면 해결을 함께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대외선전 매체인 메아리는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 방문을 위해 평양에서 출발한 16일 “그 누구도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입장과 의지를 색안경 끼고 보지 말아야 한다”며 국제사회의 회의적인 시선에 우려를 드러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교착 국면이 끝나고 북미 양국의 고위급, 실무급 회담 채널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장고를 통해 전략적 결정을 마쳤음을 보여준다”며 “북한은 비핵화 조치에서, 미국은 상응 조치에서 그동안 보여준 태도와 다른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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