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독CEO클럽 인연…"연관 없다" 밝혀도 주가 널뛰기
전문가들 "반짝 스치는 거품 가능성…묻지마 투자는 손실"

21일 오전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대구 수성구 범어동 라온제나호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여성정치아카데미 신년교례회’에 참석해 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당사 발행주권의 현저한 시황변동에 영향을 미칠만한 공시 규정상 중요한 공시사항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황교안과 당사의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코스닥 상장회사인 TBC 대구방송은 지난 18일 한국거래소의 조회증시 요구에 이런 답변을 내놨다. 종합형 농업기계 전문제작회사인 대구 달성군 유가면의 아세아텍 또한 지난 15일 “당사의 대표이사는 황교안과 개인적인 친분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당사의 사업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요구에 대한 답변을 공시했다. 별다른 호재가 없는데도 주가가 연속적으로 상한가를 쳐서다.

범보수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1위에 등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입당에 이어 대권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대구고검장 재직 시절인 2009년 ‘대구기독CEO클럽’을 만들어 현재까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구정모 대구백화점 대표이사 회장이 클럽 회장을, 김신길 아세아텍 대표가 전임 회장 출신이다. 특히, 구정모 회장은 18년간 TBC의 비상근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으며, TBC 주식의 7.98%를 보유한 3대 주주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TBC는 1080원에 장을 마감했다. 17일에도 전날보다 26.94% 오른 980원에 거래를 마친 데 이어 장중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16일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TBC 관계자는 “경영상황과 관련 없는 아주 특이한 현상이 벌어졌는데, 황교안과 TBC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세아텍의 주가도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25%나 급등한 데 이어 “황교안과 사업이 전혀 관련이 없다”고 공시한 16일에도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구정모 회장과 대구상공회의소 부회장을 함께 역임한 김신길 아세아텍 대표는 “황 전 총리와 친한 것을 사실이지만, 우리 회사와 일절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구백화점의 주가도 지난 16일 전날보다 1750원 오른 1만450원까지 치솟았고, 21일에도 전날보다 190원 오른 1만 원에 장을 마감했다. 구정모 회장과 그의 아내 등 친인척 등이 보유한 대구백화점 주식은 17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보고서를 기준으로 하면 22.17%(240만196주)에 달한다. 대구백화점 관계자는 “소매업을 하면서 정치적·종교적 상황을 이용하거나 편승한 바 없다”면서 “오히려 이번 기회에 액면가 5000원의 대백 주식이 1만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TBC, 아세아텍, 대구백화점 외에도 다른 업종도 황교안 테마주로 불리며 반짝 상승한 데 대해 각별하게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익명을 원한 지역의 한 교수는 “황교안 테마주로 불리는 사업체와 황 전 총리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다”며 “반짝 스치는 거품일 가능성이 높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테마주에 투자할 경우 손실이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황교안 전 총리는 21일 대구상공회의소를 찾아 20여 분 동안 지역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자유한국당 ‘대구여성정치아카데미 총동창회 회장 이·취임식 및 신년교례회’에 참석했다. 경북도당으로 자리를 옮긴 황 전 총리는 보수통합과 함께 여론을 수렴하는 정치 행보를 이어나가겠다고 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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