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대서특필에 '지진도시' 오명 걱정…"'동해안 지진'이라 했으면"

지난 10일 규모 4.1 지진은 포항도심서 50㎞ 떨어진 동해에서 발생했다.
경북 포항시가 지난 10일 도심서 50㎞ 떨어진 동해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영향이 없는데도 마치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처럼 전국에 알려져 지진도시라는 오명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11월 15일 규모 5.4 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포항 도심과 50㎞나 떨어진 바다에서 지진이 났는데도 ‘포항지진’으로 보도돼 포항의 이미지가 걱정된다는 표정이다.

지난 11.15일 지진이 일어난 지 15개월이 지나 겨우 안정을 찾아가는 시점에서 다시 ‘지진 발생 도시’란 인식이 굳어지면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낮 12시 53분 38초께 포항시 북구 동북동쪽 50㎞ 해역에서 규모 4.1 지진이 나자, 포항이 또다시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이러한 지진 발생 도시 이미지로 포항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포항시는 11일 긴급회의를 갖고 이번 지진은 포항이 아닌 ‘동해안 지진’으로 불러야 한다며 지진 통보기관인 기상청에 이 같은 의견을 전달하고 협조를 구할 예정이다.

이번 지진 진앙은 포항시 북구청에서 동쪽으로 약 50㎞ 떨어진 바다다. 정확한 위치는 북위 36.16도, 동경 129.90도이고 발생 깊이는 21㎞다.

1년 간격으로 지진이 난 포항시 북구청과 경주시청 직선거리는 24㎞다.

포항 북구청을 기점으로 경주시청까지 거리의 2배에 해당하는 곳에서 지진이 난 셈이다.

진앙과 가장 가까운 포항지역 육지에서도 40㎞ 이상 떨어져 있다.

이렇듯 포항 도심과 먼 곳에서 지진이 나다가 보니 진동을 느꼈다는 포항시민도 거의 없다.

그나마 집에서 조용히 앉아 있거나 누워 있던 사람만 조금 흔들림을 느꼈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번 지진이 포항지진으로 발표되다가 보니 상당수 시민은 포항을 지진도시로 기억할까 걱정하고 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 도심과 먼바다에서 지진이 났는데 뉴스에 포항지진이라고 대서특필을 하니 이미지가 나쁘게 굳어진다”며 “유·무형 손실이 큰 만큼 포항지진보다는 ‘동해안지진’이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지진 진앙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가까운 시청이나 구·군청 등 행정관서를 기점으로 거리를 잡는다.

육지에서 지진이 났을 때는 이런 방식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바다에서 지진이 났을 때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다 보니 육지와 100㎞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 나더라도 거리와 위도를 따져서 가장 가까운 지역을 기점으로 잡아 발표한다.

예를 들어 비슷한 위도인 강원 동해시와 경북 울릉군 사이 중간 정도 해역에서 이번과 같은 규모 4.1 지진이 나면 어느 쪽이 더 가까운지 따진 뒤 동해지진이나 울릉지진으로 발표한다는 것이다.

물론 동해와 울릉 중간에서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두 지역 모두 약 80㎞ 떨어져 있어 해일이나 너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고 진도도 약할 수밖에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바다에서 지진이 났을 때 가장 가까운 행정구역을 기점으로 삼다가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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