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밥·약밥 만들기·부럼깨기·달집태우기·지신밟기 등 다채

정월 대보름을 하루 앞둔 18일 포항시 북구 죽도시장에서 시민들이 호두, 밤, 땅콩 등 부럼을 고르고 있다. 부럼이란 한 해 동안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고 대보름날 이른 아침에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으로 ‘부럼 깨기’라고 한다. 이은성 기자 sky@kyongbuk.com
19일은 음력 새해의 첫 보름달인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정월 대보름은 올해 풍년을 비롯해 질병과 액운으로부터 무사하길 기원하는 전통 명절로써 우리나라 세시풍속에서는 설날만큼 비중이 크다.

예로부터 대보름에는 다양한 놀이와 행사, 음식들을 차려 먹었으며 대보름마다 이뤄지는 풍속들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보름에는 장수와 풍년 또는 행운을 부르는 음식들을 먹는데 대표적으로 오곡밥, 귀밝이술, 약밥, 섬만두 등이 있다.

오곡밥을 먹는 풍속은 신라시대부터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소지왕이 역모를 알려준 까마귀에게 고맙다는 의미로 매년 음력 1월 15일에 귀한 재료를 넣은 약밥을 지어 제사를 지냈는데, 잣 또는 대추와 같은 귀한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웠던 서민들이 오곡밥을 대신 지어 먹으며 건강과 풍년을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찹쌀을 쪄서 대추, 밤, 잣, 참기름, 꿀, 간장 등 여러 재료를 섞은 뒤, 쪄서 익힌 음식인 ‘약밥’을 먹기도 하고 아침 식사 전, 귓병을 막아주며 1년간 좋은 소식만을 듣길 바라며 마시는 ‘귀밝이 술’도 있다.

또, 대보름 날 밤에 벼농사의 풍작으로 인해 많은 쌀섬을 바라는 마음으로 크게 만들어 먹는 ‘섬만두’도 유명하다.

‘부럼 깨기’도 정월 대보름날 빠질 수 없다.

부럼은 피부질환을 가리키는 ‘부스럼’에서 유래된 말로, 딱딱한 견과류인 땅콩, 호두, 밤 등을 뜻한다.

견과류를 깨물어 이를 튼튼하게 하고 이번 해에는 부스럼 없는 한해가 되길 바라며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으로 남아있다.

정월 대보름에는 즐길거리 또한 다양하다.

첫 보름달이 떠오르는 날인 만큼 ‘달맞이’가 1순위로 꼽힌다.

한자어로는 ‘영월(迎月) 또는 망월(望月)’이라고 한다.

대보름날은 달이 솟는 모습을 남보다 먼저 보는 게 길하다는 속설이 있으며 쥐불놀이와 횃불싸움을 통해 어두운 길을 밝혀가며 산으로 올라 달맞이를 한다.

떠오르는 보름달의 모양을 보고 일 년 동안의 농사일을 점치기도 한다.

달빛이 붉게 보이면 그해는 가뭄이 들고 달빛이 희면 장마의 징조며, 달빛이 맑으면 풍년이 들고 달빛이 흐리면 흉년이 들 징조로 해석한다.

‘달집 태우기’도 대보름을 대표하는 볼거리다.

달집(생솔가지 등을 쌓아 만든 무더기)에 불을 질러 태우는 풍속으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달을 맞고 불이 꺼질 때까지 신나게 농악을 치면서 춤을 춘다.

일부 지역에서는 마을의 악귀를 쫓는 폭음을 내기 위해 달집 속에 대나무를 넣기도 한다.

이 외에도 올해 더위를 타지 않길 바라며 ‘더위 팔기’를 하거나 동네 농악대가 집집마다 다니며 땅을 다스리는 신에게 인사하고, 풍년을 기원하는 ‘지신밟기’ 등을 통해 건강과 풍요를 기원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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