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중반까지 '황교안 우세', 전폭지지 받는 김진태 급부상
'비박' 오세훈 버거운 경쟁 펼쳐…황·김, 1·2위 땐 '극우당' 이미지
일각선 중도우파 신당 창당 관측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이 반환점을 돈 가운데 당 대표에 출마한 후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운동 중반전까지도 ‘황교안 우세’ 전망이 지속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극성 지지층과 태극기 부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김진태 의원이 막판 지지세를 확장할 경우 타 후보들과의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황 후보는 특히, 선거 특성상 1표만 이겨도 당내 대다수의 실권을 거머쥘 수 있지만 기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비박계와 무당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하는 만큼 최대한 표 차를 벌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진태 후보는 혹여 당 대표에 당선이 안되더라도 꼴찌는 면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오 후보는 작년 11월 입당했을 당시만 해도 당 국가미래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차기 당 대표를 넘보기도 했지만 이후 황 후보가 입당하고 전대에 출마하자 버거운 경쟁을 펼치는 처지에 몰렸다.

여기에 김진태 후보를 지지하는 ‘태극기 부대’의 존재감이 전대 과정에서 부각되면서 오 후보의 2위 수성마저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번 전대의 2·3위 싸움이 후보 개인은 물론 당에도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오 후보가 1등은커녕 3위로까지 떨어지면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대표주자로의 명분이 약해지고 향후 대권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된다.

당내 중도우파·개혁보수의 구심점이 되는 데 실패했다는 뜻인 데다, 오 후보의 서울시장직 중도 사퇴와 탄핵국면에서의 탈당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유권자들에게 아직 남아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기 때문이다.

오 후보로선 이번 전대에서 향후 중도·개혁보수 지분을 주장할 만큼의 유의미한 지지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절박함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 후보의 3등을 가정한다면 당도 정치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친박(친박근혜)계 색채가 짙은 황 후보와 김 후보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하게 되면 당이 우경화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5·18 폄훼 논란 등으로 여야 4당의 공격을 받으며 입지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원색적인 욕설과 야유로 비난을 자초했던 ‘태극기 부대’가 당내 무시할 수 없는 세력임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결과란 말도 나올 수 있다.

이 경우 태극기 부대의 행태를 일부 극성 지지층의 ‘이상한 행동’일 뿐이라며 당 전체와는 선을 그어왔던 당 지도부의 해명도 무색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당 일각에선 우경화된 태극기 세력에 염증을 느낀 합리적 보수 지지층을 겨냥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우파 신당이 새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김 후보가 3위로 내려앉으면 태극기 부대는 결국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정치인으로서도 극단의 표심만 기댄 채 당의 우경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태극기 부대가 보인 욕설과 비방 등 행태가 전당대회 전체를 얼룩지게 했다는 비난이 김 후보에게 향할 수 있다.

아울러 김 후보는 새 지도부 출범 후 ‘5·18 모독’ 공청회 공동 개최를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심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만약 당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 결정을 내리면 차기 총선 공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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