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꽃 자잘한 그곳에 앉아
우리는 부추꽃도 강물도 얘기하지 않았다
할 말이 없기에 뭔가를 간직하고 싶어졌다

물살을 거스르던 청년들이 강의 이쪽과 저쪽을 건너는 사이
우리는 허물어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저쪽 너머를 바라보았지만
어떤 말은 그대로 몸속에 머물렀다

우리는 다시 흔들렸다 물어도 답할 수 없는 풍경에 가만히 숨을 내쉬며

누구나 한 번쯤 놓쳐본 적 있는

늦었다는 말은
얼마나 오래되었던지
강둑으로 불어오던 바람이 서로를 보지 못하게 머리카락을 허공으로 흩뜨려버렸다




<감상> 서로의 감정에 대해 할 말이 없으므로 우리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풍경만 바라볼 뿐이었다. 더욱이 허물어진다는 걸 알고 있기에 입을 열지 못했다. 좋은 말도, 상처가 되는 말도 몸속에 머물러 있기에 종종 그대가 생각났다. 풍경에 가만히 숨을 내쉬며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서로를 볼 수 없었다. 누구나 한 번쯤 놓쳐 본 적 있는 시절 인연은 되돌릴 수 없다. 이미 늦었으므로 늦었다는 말조차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세월을 거슬러 오르고 싶지만 이제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아는 체 해서도 안 된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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